[인사이트] 장영훈 기자 =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 윤은경(가명·22) 씨는 방학이 되면 알바로 한달에 100만원 남짓 벌고 있다.
전공 수업을 들으며 취업 준비를 하고 있지만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와 자취를 하는 탓에 어느 정도 생활비를 스스로 벌어야만 한다.
그가 선택한 알바는 커피숍 등에서 일을 하면서 시간당 8,000원 가량 받고 있지만 한달 빠듯하게 벌어야 손에 쥐는 건 100만원이 조금 넘을 뿐이다.
서울 대학가에서 자취를 하는 윤씨는 보증금 2,000만원에 월세 50만원을 내면서 원룸에서 살고 있는데, 한달에 번 돈의 절반 가량을 월세로 송금할 때면 눈물이 난다고 했다.
'아파트 공화국'인 오늘날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청년들은 매년 치솟는 월세 등 주거비 부담 때문에 취업을 해도 결혼과 출산은 꿈도 꾸지 못하는 실정이다.
부모님에게 경제적으로 도움을 받아 전셋집이라도 마련하지 못하는 청년들은 높은 주거비 때문에 수도권 외곽으로 밀려나거나 높은 월세를 부담하면서 간신히 버티는 삶을 유지해야 한다.
실제로 이러한 상황은 정부가 조사한 '통계'와 '자료'에서도 그대로 증명된다.
지난 상반기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17년 주거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청년(20~34세) 가구 가운데 '임대료 및 대출금 상환에 부담을 느낀다'고 응답한 비율은 무려 '80.8%'를 기록했다.
이는 전체 가구 평균(66.0%)보다 20%포인트 이상 높은 수치다.
청년 10명 중 8명은 주거비 때문에 정상적인 생활을 이어가기 힘들다고 답한 셈이다. 미래를 위해저축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또한 가구소득 대비 임대료 비율을 나타내는 '월소득 대비 월 임대료 비율'(RIP) 또한 청년가구가 평균(17.0%)보다 2%포인트가량 높은 18.9%를 기록했다.
특히 청년가구의 71.1%는 월세에 사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다른 자료에서도 청년들의 주거난은 심각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국토연구원이 지난달 발표한 '국토정책브리프'에 따르면 청년가구(가구주 연령 만 20~34세) 가운데 '임대료 부담 과다 가구' 규모는 26.3% 나타났다.
청년 '4명 중 1명'이 높은 임대료에 시달린다는 뜻으로 이들 중 절반이 넘는 70%에 육박하는 청년들이 월세로 살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이땅의 청년들은 내집 마련에 '회의적'이라는 조사도 있었다.
2017년 기준 국민의 82.8%는 '내집을 꼭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지만, 서울 청년의 31.7%는 "내집 마련에 회의적이다"고 응답했다.
전문가들은 "청년들이 살기 좋은 집을 구입해서 결혼을 하고 자녀를 낳아야 한국 사회의 근간이 되는 지속가능한 성장이 이뤄질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어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수많은 규제 정책을 내놓고 고삐를 잡으려고 애쓰고 있지만 정작 중요한 청년들의 주거 대책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