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김지현 기자 = 현대자동차그룹 계열 광고 대행사인 이노션이 김학현 전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의 딸 채용을 청탁받고 합격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이노션은 또 김 전 부위원장의 딸을 '특혜' 채용하기 위해 당시 이노션에 지원했던 166명을 고의로 탈락시킨 것으로 추가 확인됐다.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지난 23일 공개한 공정위 간부 뇌물수수 혐의 공소장 등에 따르면 김 전 부위원장은 2016년 9월 1일 서울 강남구 선릉로의 한 레스토랑에서 안건희 이노션 대표를 만났다.
이 자리에서 김 전 부위원장은 "내 딸이 곧 영국에 있는 대학을 졸업하는데 취직 때문에 걱정이다"며 "이노션이 좋은 회사라고 그러던데 이노션에 취업할 수 있도록 해 달라"라고 취업 청탁을 했다.
이후 안 대표는 같은 달 19일 김 전 부위원장의 딸이 신입사원 지원서를 제출하자 곧바로 경영지원실장에게 "최종 면접까지 볼 수 있도록 조치하라"고 지시했다.
이노션은 김씨에 대한 서류 전형 심사를 생략했으며, 2차 실무 면접에서 원래대로라면 최종 후보 2인에 들어갔어야 할 지원자를 고의로 탈락시키고 대신 김씨를 집어넣었다.
최종 후보 2인이 된 김씨는 11월 치러진 3차 임원 면접에서도 상대 지원자보다 낮은 점수를 받았지만 안 대표와 경영지원실장이 최고 점수를 주면서 167대 1의 경쟁률을 뚫고 경영 전략 부문에 최종 합격했다.
김씨의 '특혜' 채용을 위해 당시 이노션에 지원했던 166명이 '들러리'만 선 채 부당하게 탈락한 것이다.
참고로 이노션은 지난 2013년 하도급 업체에 광고 제작 등 계약을 맺는 과정에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대금을 깎거나 늦게 지급하는 등 불공정 거래 혐의로 공정위에 신고가 접수된 기업이다.
2013~2015년에는 공정위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 기업 기준(총수 일가 지분율 30%)에서 벗어나기 위해 지분을 매각해 지분율을 29.9%로 낮추기도 했다.
하지만 2015년 이후 현대자동차그룹이 순환 출자 고리를 6개월 만에 해결해야 하는 문제에 직면했다. 또한 김 전 부위원장의 취업 청탁이 있었던 2016년에는 순환 출자 문제로 공정위로부터 경고를 받았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공소장에서 "이노션이 공정위의 우호적인 조치를 위해 김 전 부위원장의 딸을 채용하기로 마음먹었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김 전 부위원장이 이노션의 이 같은 불리한 상황을 알고 일부러 접근, 취업 청탁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김 전 부위원장을 구속기소했지만 그의 취업 청탁을 들어준 안 대표와 고위 임원에 대해선 수사에 협조했다는 이유로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이노션 관계자는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김 전 부위원장은 전직 공정거래위원회 간부들의 불법 재취업을 도운 혐의로 지난달 30일 구속됐다.
아울러 그는 아울러 2013년 한국공정경쟁연합회 회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공직자윤리위원회 취업 심사를 제대로 받지 않은 혐의(공직자윤리법 위반)와 2016년 이노션에 자신의 자녀 채용을 청탁해 취업을 성사시킨 혐의(뇌물수수)도 함께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