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7일(수)

신세계 정용진이 무릎 꿇어도 하남 시민들이 물류 센터 반대하는 진짜 이유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 뉴스1


[인사이트] 김지현 기자 = "아마존을 능가하는 최첨단 온라인 물류 센터를 짓겠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정하고 야심차게 추진했던 하남 온라인 물류 센터 건립이 첫 삽을 뜨기도 전에 삐걱거리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 물류 센터 철회 비상 대책 위원회와 하남시, 신세계, 한국토지주택공사(LH) 관계자들은 지난달 27일 하남시청 상황실에서 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간담회의 주제는 '정 부회장의' 꿈 하남 온라인 물류 센터 건립 여부였다.


많은 이야기가 오고갔지만 결론은 "하남 온라인 물류 센터 건립 NO"였다. 하남 시민들과 지자체의 완강한 반대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하남 시민들은 "온라인 물류 센터가 건립되면 안 그래도 심한 하남 교통 문제가 더 심각해질 것"이라며 "또 물류 센터의 특성상 대형 트럭이 오가면서 주거 및 교육 환경이 침해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간담회에 함께한 김상호 하남시장, 방미숙 시의장, 최종윤 더불어민주당 지역위원장도 "주민 동의 없는 사업 추진은 안 된다"는 입장을 보였다.


사진 = 이솔 기자 leesol@


이 같은 거센 반대에 신세계 측은 시간을 두고 주민들을 설득하겠다는 입장이다.


신세계 관계자는 "하남 시민이 반대하면 추진하지 않는다는 입장은 변함이 없다"면서 "시민들이 지적하는 교통 문제 해결을 위해 주택 단지 도로를 이용하지 않는 방법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해하는 부분이 있는데, 우리가 지으려는 건물은 일반적인 물류 센터가 아닌 아마존과 같은 신세계그룹의 온라인·IT 본사다"며 "그렇기 때문에 아주 멋진 건물이 들어설 것이며 또 4천여억원이 투입돼 3천여명의 고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신세계 측은 '오해'가 있다고 하지만 하남 온라인 물류 센터 건립은 시민들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혀 계획 발표 후 5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표류하고 있다.


정 부회장의 꿈이 무기한 연기, 심할 경우 무산 위기에 처한 것이다.


뉴스1


하남 온라인 물류 센터 건립은 '실패를 모르는 남자' 정 부회장의 생존을 위한 필수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레드오션인 기존 전통 오프라인 유통에서 벗어나 마지막 블루오션인 온라인 유통을 선점해야 살아남는, 즉 시대의 변화에 앞서는 '미래 먹거리'이기 때문이다.


실제 국내 유통 업계 공룡들은 '한국형 아마존' 선점을 두고 피 터지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온라인 유통의 대부' 아마존과 손잡고 미래형 유통의 청사진을 제시할 예정이며, 롯데쇼핑은 지난 5월 유통 계열사 8곳의 온라인 몰을 통합해 'e커머스사업본부'를 신설했다.


gettyimageskorea


신세계그룹도 1조원대 자금을 투자해 신세계·이마트 온라인 통합 법인(e커머스 법인)을 연내 출범하고 이 사업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온라인 물류 센터를 건립하려고 했지만 하남 시민들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혀 5개월째 표류하고 있다.


한국형 아마존을 꿈꾸던 정 부회장으로서는 선점을 뺏길 수 있다는 초조함과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피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그가 진취적으로 사업 영역 확장에 공을 들이고 계속해서 성공을 맛봤다는 점에서 이번 실패는 커리어에 큰 오점으로 남을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신세계그룹 내 주도권을 마찬가지로 다양한 영역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거두고 있는 '여동생'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에게 내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때문에 정 부회장은 하남 시민들의 동의가 무조건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그는 무릎을 꿇어도 시원찮을 판에 부하 직원만 내세운 채 전면에 나서지 않고 있다.


기시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그럼 신세계그룹과 정 부회장은 어떻게 이 상황을 타개해야 할까.


우리를 믿어달라고 호소하기에 앞서 건립을 반대하는 하남 시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진정성'을 보여줘야 할 것으로 보인다.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만했을 뿐 5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구체적인 대책이 나오지 않았다는 것은 "'대기업'이 맞나" 할 정도로 문제가 있다. 하남 시민들의 눈에는 신세계그룹이 '버티기'를 하는 것처럼 밖에 보이지 않고, 또 이는 더한 반감을 살 것이 분명하기 때문.


정 부회장도 앞서 설명한 것처럼 뒤에서 직원들을 시켜 사태를 해결하려고 하기 보단 본인이 전면에 나서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하남 온라인 물류 센터 건립은 '정 부회장의 꿈'이 아니었던가.


이 꿈을 실현하기 위해선 인스타그램을 통해 소비자들과 활발히 소통하는 것처럼 정 부회장이 직접 나서 대화를 나누고 대책을 제시해야지만 하남 시민들과의 갈등이 좀 더 빨리 봉합될 수 있을 것이다.


Instagram 'yj_loves'


정 부회장이 지금까지 하남 시민들과의 직접 소통이 없었다는 점은 매우 실망스럽다. 온라인 공간에서 강했던 것처럼 오프라인 공간에서도 강했을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 부회장은 자신의 강한 리더십과 진심을 대내외에 보여주고 싶다면 더 이상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으로 나와 하남 시민들과 대화를 나눠야 할 것이다. 


대개의 사람들은 온라인 공간보다 얼굴을 맞대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오프라인 공간에서 이를 더 잘 느끼기 때문이다.


온라인 물류 센터 건립을 무작정 반대하는 것이 아닌, 진심을 원하는 하남 시민들에 대한 정 부회장과 신세계그룹의 세심한 배려가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