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7일(수)

"설탕 덩어리, 건강 안 좋아"…빵 안 팔리자 '배달' 시작한 파리바게뜨

사진제공 = SPC그룹


[인사이트] 장영훈 기자 = 액상대마 밀수·흡연 혐의로 차남이 검찰에 구속된데 이어 '보복 출점' 논란까지 악재가 끊이질 않고 있는 파리바게뜨가 판매 부진을 돌파하기 위해 배달을 시작한다.


오너 리스크로 이미지가 좋지 않은데다가 '빵은 설탕 덩어리'라는 한국소비자원 조사 발표가 나온 상황에서 파리바게뜨의 배달 서비스가 과연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을지 업계 관심이 쏠린다.


30일 SPC그룹이 운영하는 파리바게뜨는 제빵 프랜차이즈업계 최초로 제품 배달 서비스인 '파바 딜리버리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파바 딜리버리'는 소비자가 원하는 장소까지 케이크와 빵, 샌드위치 등 파리바게뜨 주요 제품을 직접 배달해 주는 서비스다.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파리바게뜨는 다음달인 9월 1일부터 전국 1100여개 매장에서 우선적으로 서비스를 시작한 뒤 순차적으로 점포 및 지역을 전국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주문 방법은 간단하다. SPC그룹의 해피포인트 멤버십 '해피앱'의 해피오더 메뉴를 통해 이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요기요, G마켓, 옥션 등 오픈마켓이나 주문앱을 통해서도 주문이 가능하다.


배달 가능한 제품은 인기 케이크 16종을 포함해 빵과 샌드위치, 샐러드, 음료 등 총 200여종이며 향후 서비스 가능 품목을 지속적으로 늘려나갈 예정이다.


파리바게뜨 관계자는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배달 서비스로 소비자들이 보다 편리하게 파리바게뜨 제품을 이용할 수 있는 동시에 가맹점 매출 확대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식음료 업계에서는 제빵 프랜차이즈업계 최초로 배달 서비스를 시작하는 파리바게뜨의 실험에 벌써부터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달 31일 시중에 팔리는 빵 30개 제품에 대해 안전실태조사 결과 유통 중인 대부분 빵의 당 함량이 '과다'라는 발표가 나오는 등 빵 소비가 예전치 못하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의 식습관과 생활 패턴이 바뀐 것도 한몫하고 있다. 1980년대만 하더라도 서구화된 식습관 문화로 빵 소비가 폭발적으로 늘었지만 요즘에는 건강을 챙기려는 소비자들이 크게 늘고 있어 빵을 멀리하려는 추세다.


또 과거에는 빵이 밥 대신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끼니 대용이었다면 오늘날에는 다양한 종류의 즉석간편식이 쏟아지고 있어 제빵 프랜차이즈 빵에 대한 니즈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엎친데 덮친 격으로 불법 제빵사 파견 논란이 채 가시기도 전에 허희수 전 SPC그룹 부사장이 액상대마 밀수 및 흡연 혐의로 검찰에 구속기소돼 재판을 앞두고 있는 등 대형 오너 리스크가 터져 파리바게뜨에 대한 소비자들의 거부감이 상당히 많아졌다.


여기에 가맹점주가 경쟁 업체로 갈아탔다는 이유만으로 5m도 떨어지지 않은 바로 옆 건물에 매장을 출점하는 등의 '보복 출점' 논란이 일어나 파리바게뜨에 대한 이미지가 바닥을 치고 있다.


그렇다면 한때 '제빵 프랜차이즈 업계 신화'였던 파리바게뜨는 왜 이토록 망가지게 된 것일까. 업계에서는 SPC그룹 홍보실의 위기관리 대응 능력이 제 살을 깎아먹고 있다고 지적한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의 차남 허희수 전 부사장이 액상대마 흡연으로 물의를 일으키자 SPC그룹은 그룹 차원에서 신속하게 사과문을 발표하고 허희수 전 부사장을 경영권에서 영구 배제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정효경 기자 hyokyung@


반면 자사 제품에서 이물질이 발견돼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사과 한마디 없이 사태를 질질 끌거나 상품권으로 입막음하는 경우가 많았다.


또 파리바게뜨의 '보복 출점' 피해를 주장하는 전직 가맹점주들이 늘고 있지만 이에 대해서는 입을 꾹 다물며 나몰라라 하는 무책임한 모습으로 일관하고 있다.


실제로 인사이트 취재진은 지난 14일부터 20일까지 파리바게뜨의 '보복 출점' 논란과 관련 SPC그룹 파리바게뜨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문자와 전화 접촉을 시도했지만 아무런 입장을 들을 수가 없었다.


한마디로 이름만 홍보실이지 빈껍데기나 다름 없는 부서인 셈이다.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파리바게뜨는 전국에 3500여개의 가맹점을 거느리고 있는 제빵 프랜차이즈업체다. 가맹점주 대부분은 파리바게뜨라는 브랜드를 믿고 자시들의 돈을 투자해 매장을 낸 서민들이다.


악재가 쏟아질 수록 피해를 보는 것은 본사가 아니라 서민, 즉 가맹점주라는 뜻이다. 빵이 예전만치 팔리지 않자 대안으로 배달 서비스를 내놓은 파리바게뜨.


9월 한 달간 '파바 딜리버리' 이용자들에게 배달비 반값 할인 등 다양한 프로모션을 통해 소비자들을 끌어모으겠다는 입장이지만 한번 잃어버린 이미지를 회복할 수 있을지 여부는 미지수다.


가맹점주들과의 상생 방안으로 배달 서비스 도입 좋다. 하지만 이에 앞서 소비자들과 가맹점주들로부터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우선이 아닐까. 한 번 잃은 신뢰는 다시 찾기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