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장영훈 기자 =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고~ 붓고 시리고 피나는 잇몸병엔 이가탄!"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TV를 보다가 명인제약 대표 제품인 '이가탄' 광고송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TV에서 얼마나 많이 나오는지 '잇몸병하면 이가탄'이라고 떠오를 정도로 하나의 대명사가 됐다. 그만큼 광고 노출이 많이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광고 홍보 활동은 매출을 올리기 위한 기업들의 당연한 마케팅 활동이다. 하지만 명인제약 '이가탄' 광고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불편한 진실이 숨겨 있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명인제약이 다른 제약업체들과 달리 유독 TV 광고를 많이하는 이유는 창업주 이행명 회장의 경영 전략에 따른 것이다.

종근당 영업사원에 입사해 제약업계에 처음 발을 딛은 이행명 회장은 1985년 명인제약을 창업해 '이가탄'이라는 잇몸약으로 중견제약회사를 일궈냈다.

영업사원에서부터 일을 배우고 시작한 탓에 이행명 회장은 광고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이행명 회장이 '이가탄' 광고 제작 전반을 챙길 정도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광고비 지출이 다른 제약업체들보다 높다. 한국광고총연합회의 월간광고계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명인제약이 광고비 지출 1위를 기록했다.

잇몸병 일반약 '이가탄'을 중심으로 한 TV 광고비만 166억원에 달했으며 신문 지면광고에는 17억원, 라디오 광고에는 1억원 등 총 186억원을 마케팅 광고비로 집행했다.

문제는 명인제약이 광고와 관련한 일을 이행명 회장의 두 딸이 지분을 100% 소유하고 있는 광고 계열사 메디커뮤니케이션에게 일감을 몰아준다는 사실이다.

2005년 설립된 광고 계열사 메디커뮤니케이션은 이행명 회장의 딸 이선영 씨와 이자영 씨가 52%와 48%의 지분을 나눠 갖고 있는 사실상 오너 일가의 개인회사다.

광고 제작과 대행업무로 매출을 올리는 메디커뮤니케이션은 안정적인 거래처에 힘입어 회사 설립 이후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2012년 26억원이던 매출액은 2015년 37억원으로 증가했으며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 역시 36%에서 58%로 크게 높아졌다.

아버지 이행명 회장이 운영하는 회사를 통해 벌어들인 이익을 고스란히 가져가는 셈이다. 사실상 명인제약이 일감몰아주기를 통해 얻어진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받으면 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 할 수 있겠다. 하지만 명인제약은 비상장 중소기업으로 규제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아무런 법적 제지를 안 받는다.

현행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은 자산총액 5조원 이상 대기업군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두 딸의 재산을 불려주기 위한 이행명 회장의 '꼼수'가 아니냐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재산상속을 위한 불법, 편법 행위가 논란이 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2년 전인 2016년 메디커뮤니케이션은 당시 938억원의 서초동 소재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사옥을 매입했다. 당시 매출 37억원에 불과하던 메디커뮤니케이션으로서는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다.

메디커뮤니케이션이 938억원의 서초동 사옥을 매입할 수 있었던 것은 명인제약과 공동으로 매입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다보니 편법 상속 의혹을 받기도 했다.

중독성 강한 멜로디로 국민약 반열에 오른 명인제약 '이가탄'.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고~"라는 광고송 이면에 숨겨진 일감몰아주기 진실은 극심한 취업난 속 청년들에게 씁쓸함과 상실감을 더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