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김지현 기자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항소심 결심 공판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롯데그룹이 협력 중소기업들과의 동반 성장을 위한 대금 결제 시스템인 '상생 결제'를 그룹 내 모든 계열사에 도입하기로 했다.
대기업이 계열사 전체에 상생 결제 시스템을 전면 도입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28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협력재단)과 롯데그룹은 지난 27일 서울 구로구 키콕스벤처센터에 있는 협력재단 사무실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상생 결제 도입·확산을 위한 협약식'을 가졌다.
상생 결제는 대기업이 상환 청구권이 없는 채권을 발행하고, 조기 현금화를 원하는 1차 이하 모든 협력사가 대기업 수준의 낮은 할인율로 납품 대금을 조기에 현금화할 수 있는 제도다. 현금 유동성 및 대금 지급 안정성을 확대해 중소기업의 결제 환경을 개선할 수 있다.
납품 기업에 대한 상환 청구권이 없고 2·3차 거래 기업도 구매 기업 수준의 금리로 할인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어음 할인과는 차이가 있다.
지금까지 대기업과 공공기관 등 334곳이 16만 4,663개 거래 기업과 상생 결제 시스템을 운용하고 있는데, 개별 기업이 아닌 그룹 차원에서 전 계열사에 도입하는 것은 국내 대기업 중 롯데그룹이 처음이다.
롯데그룹은 지난달 전 계열사의 대금 결제 중 현금 결제를 제외한 신용 결제 부분을 100% 상생 결제로 전환하기 위해 관련 계열사와의 협의를 마쳤다. 롯데그룹은 올해 말까지 시스템 도입을 완료할 계획이다.
아울러 롯데는 앞으로 제휴 은행을 늘려 7,520억원 규모의 '상생 펀드' 지원도 확대할 예정이다.
상생 펀드는 롯데백화점, 롯데건설, 롯데케미칼, 롯데홈쇼핑, 롯데제과 등과 거래하는 협력사가 은행 대출 때 대출 금리(1.1~1.3%p) 자동 우대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만든 프로그램이다. 현재 720여개 협력사가 펀드를 통해 자금을 활용하고 있다.
이처럼 중소기업과의 상생을 위한 롯데그룹의 적극적인 행보는 다른 기업들에게 좋은 선례가 될 수 있다. 특히 대기업이 계열사 전체에 상생 결제 시스템을 도입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매우 크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협약이 구속 수감 중인 신동빈 회장을 구명하기 위한 움직임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신 회장의 항소심 결심 공판을 이틀 앞두고 상생 결제가 발표됐는데, 이는 무슨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국정 농단 관련 뇌물 공여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 실형을 받고 현재 구속 수감 중인 신 회장은 내일(29일) 항소심 결심 공판을 받는다.
재판 결과에 대한 전망은 부정적이다.
최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항소심에서 박 전 대통령이 롯데그룹에서 70억원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가 재차 유죄로 인정되면서 사실상 신 회장이 '공범'이 됐기 때문. 신 회장 구속 수감 이후 그룹 운영 방향성 설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롯데그룹으로서는 그야말로 비상상황이다.
이에 롯데그룹은 상생 결제를 내세워 항소심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하는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을 위시한 롯데그룹이 재계 5위 그룹으로서의 소명을 다하고 있다"고 말이다.
실제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롯데그룹 내부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밀고 있는 '일자리 창출'과 '대·중소기업 상생'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왔고, 그룹 수뇌부도 이 같은 활동이 신 회장 구명에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 항소심 재판부가 1심에 이어 재차 롯데그룹 뇌물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면서 무죄를 주장하는 신 회장 입장이 난처하게 됐다"면서 "현재 신 회장이 선처를 호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룹 수뇌부는 마지막 카드로 상생 결제를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신 회장의 국정 농단 관련 뇌물 공여 혐의와 경영 비리 혐의의 항소심 결심 공판은 29일 오후 2시 10분 진행된다.
결심 공판에서는 검찰의 최종 구형 의견과 변호인 측의 최종 변론, 각 피고인들의 최후 진술이 이뤄지며, 선고 공판은 오는 10월초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