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이하린 기자 =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장애 아동들에게 '이동의 자유'를 선물한 천사 아저씨가 있다. 소셜벤처 '토도웍스'의 심재신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최근 SK하이닉스가 진행한 인터뷰에 따르면 대다수의 비장애인이 그렇듯 심재신 대표도 장애인의 일상 속 불편에 대해 크게 관심을 두지 않고 살아왔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딸의 초등학교 친구들을 우연히 만났다. 낯익은 얼굴 사이에 휠체어를 타고 있는 한 아이가 있었다. 못 보던 얼굴이었다.
심 대표가 "너는 왜 자주 안 나오느냐"고 묻자 아이는 뜻밖의 사정을 설명했다. 학교에서는 전동휠체어를 쓰지만 집에서는 수동휠체어를 타기 때문에 하교 후 혼자서 밖을 돌아다니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었다.
전동휠체어는 자유롭게 움직이기에는 편리하지만 너무 크고 무거워 매일같이 차에 싣고 내리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심 대표는 아이의 말을 듣자마자 "아저씨가 휠체어에 모터를 달아주겠다"고 호언장담했다. 자동화 전공자인 그는 주문형 제품을 개발 및 납품하는 회사를 운영 중이었기에 완전히 뜬구름 잡는 소리는 아니었다.
그는 실제로 4개월 만에 딸아이 친구와의 약속을 지켰다. 수동휠체어에 모터를 장착하자 아이는 하교 후 훨씬 자유롭게 또래와 어울릴 수 있게 됐다.
그러자 여기저기에서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우리 아이도 만들어 달라"는 부탁이었다.
혼자서 수작업으로 일을 감당하다 보니 시간과 돈이 지나치게 많이 들었다. 그렇지만 모터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너무나도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여서 그는 쏟아지는 청을 외면할 수 없었다.
고심 끝에 심 대표는 SNS를 통해 크라우드 펀딩을 시작했고, 그를 기반으로 2016년 7월 토도웍스를 창업했다.
창업은 했지만 휠체어에 모터를 몇 개 달아봤다고 해서 장애인의 일상 속 불편함을 모두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심 대표는 2년간 장애인들을 만나면서 생활 패턴과 습성 등을 분석했다. 살펴본 결과 작고 가볍지만 이동이 어려운 수동휠체어, 그리고 조작은 편하지만 크고 무거운 전동휠체어의 간극을 좁히는 것이 급선무였다.
치열한 분석 끝에 심 대표는 수동휠체어에 장착해 마치 전동휠체어처럼 조작할 수 있게 하는 4.5kg 짜리 전동 키트 '토도드라이브'를 탄생시켰다.
아이들은 토도드라이브를 수동휠체어에 설치하고 비로소 두 손의 자유를 얻었다. 더 이상 소극적으로 집에만 있지 않아도 되는 새로운 세상이 열린 것이다.
심 대표는 아이들의 편의성을 높여주기 위해 토도웍스에서 토도드라이브 판매함과 동시에 '교육'도 시행한다.
절실함과 설렘을 가득 안은 아이들은 2회차 교육만 돼도 그 어떤 교육보다 빠르게 배운다. 만면에는 미소가 가득하다.
장애 아동의 이동권 제약을 줄인 심 대표와 직원들은 "인생이 바뀌었다"는 고객의 반응을 접하면 자부심이 생긴다고 말한다.
소셜벤처 토도웍스의 선한 의지와 개발 능력을 알아본 대기업이 자발적으로 도움의 손길을 내밀기도 했다.
SK행복나눔재단의 사회공헌 연합체 '행복얼라이언스'는 최근 토도웍스와 손을 잡고 장애 아동 80명을 모집해 토도드라이브를 선물했다.
행복얼라이언스는 토도드라이브를 선물하면서 패럴림픽 선수 출신 등 전문가와 함께 이동 교육도 진행했으며, 아이들과 정기적으로 만나 적응도를 파악하고 맞춤형 교육도 꾸준히 제공할 예정이다.
김용갑 SK행복나눔재단 총괄본부장은 "이동권이 장애 아동 삶의 질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데 반해 이를 지원하는 체계적 프로그램은 부족하다"면서 "토도웍스와 함께 이번 프로젝트를 준비한 것을 시작으로 앞으로 차별화된 아동지원 사회공헌 모델을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심 대표는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어찌 보면 당연한 말이지만 이를 늘 인식하고 있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장애 아동의 이동권, 나아가 삶의 질을 개선해주는 토도웍스의 비전이 앞으로 더 많은 장애인들의 삶에 단비가 되어주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