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김지혜 기자 = 최근 수평적인 문화를 지향하는 기업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추세긴 하지만 여전히 많은 기업들은 엄격한 상명하복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
조직생활을 해야 하는 회사 특성상 어느 정도의 위계질서는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직장 내에서 '직위'를 이용해 '갑질'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단순한 갑질에서 끝나면 그나마 다행이다. 심한 경우에는 '신체적 폭행'으로 이어지곤 한다.
사실 폭력에 노출되더라도 피해자들은 대부분은 부하직원이기 때문에 제대로 신고조차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외부에 알려봤자 '어차피 해결되지 않을 것 같다'는 이유에서다.
상사나 간부들이 직위를 남용해 직원들을 함부로 대하는 기업 문화는 근절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그간 일어났던 사내 폭행 사건들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상식을 벗어난 폭행으로 국민들을 분노케 만든 사내 폭행 사건 4가지를 소개한다.
1. 필립스코리아
외국계 가전 업체 '필립스코리아'의 부사장이 직원의 뺨을 수차례 때렸다는 보도가 나왔다.
지난 4월 19일 서울경제는 가전 업계의 말을 인용해 필립스코리아 부사장이 사내폭행을 저질렀다고 보도했다. 회식자리에서 1시간 30분가량 자리를 비웠다는 이유에서였다.
보도에 따르면 앞서 9일 부사장은 서울의 한 식당에서 진행된 자사 영업부 회식 자리에서 해당 부서 팀장의 뺨을 수차례 강하게 때렸다.
자리에 있던 다른 팀장이 이를 말리려고 했지만 그 역시 부사장에게 여러 차례 뺨을 맞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모바일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 애플리케이션에서는 이 사건 외에도 그간 필립스코리아 내에서 상사가 부하 직원을 폭행한 사례가 많았다는 증언이 이어졌다.
이후 필립스코리아는 4월 30일 인사위원회를 열고 해당 부사장을 5월 1일부로 해고했다고 밝혔다.
2. KTB투자증권
지난 2017년 권성문 전 KTB투자증권 회장이 자신이 출자해 설립한 수상 레저 리조트 업체 직원에게 폭행을 행사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공개된 CCTV에 따르면 출자 회사를 방문한 권 전 회장은 차에서 내리자마자 한 직원의 무릎을 발로 차며 질책했다. 업무보고가 미진했다는 이유였다.
폭행 직후 해당 직원은 회사를 사직하고 폭행 사실을 외부에 알리려 했지만 권 전 회장은 언론사 등 제3자에게 발설하지 않고 CCTV 영상을 모두 파기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확약서를 받고 수천만원의 합의금을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권 전 회장 측 관계자는 해당 직원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으며 상호 합의를 통해 사건이 원만하게 마무리됐다고 밝혔다.
3. 까뮤이앤씨
아파트 건설업체 '까뮤이앤씨'의 직장 상사가 회식자리에서 신입사원을 폭행해 전치 14주의 부상을 입힌 사건이다.
지난 2016년 까뮤이앤씨 간부급 직원 2명이 신입사원 환영 회식 자리에서 신입사원 A씨를 집단 폭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 결과 간부급 직원 2명은 직원 A씨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리고 배를 수차례 걷어찬 것으로 나타났다.
A씨는 대장파열 등 전치 14주의 부상을 입었다. 공개된 CCTV 영상 속에서는 무차별적인 폭행이 벌어지고 있어 충격을 줬다.
이후 경찰은 폭행을 행사한 까뮤이앤씨 간부급 직원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4. 한진그룹
지난 2014년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미국 뉴욕 JFK공항에서 이륙 준비 중인 대한항공 기내에서 승무원의 '땅콩' 제공 서비스를 문제 삼으며 비행기를 되돌리고 박창진 사무장 및 승무원을 폭행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이후 조현아 전 부사장은 업무방해죄 등으로 유죄 판결을 받고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또 지난 4월에는 조현아 전 부사장의 여동생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대한항공의 광고대행을 맡은 업체와 회의 중 광고팀장 A씨에게 물을 뿌리며 갑질을 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 도중 조현민 전 전무의 질문에 A씨가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자 소리를 지르며 질책했다.
이어 분이 풀리지 않은 조 전무는 유리로 된 물컵을 던졌고 A씨의 얼굴에 물을 뿌린 혐의를 받았다.
조현민 전 전무는 경찰 조사에서 사람 쪽에는 유리컵을 던진 적 없다며 혐의를 거듭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