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장영훈 기자 = "2011년 그룹 회장으로 취임했지만 실질적 권한은 (2016년까지) 내게 없었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건으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항소심에서 감옥에 나갈 수 있도록 해달라며 재판부에게 선처를 호소했다.

자신의 구속으로 인해 롯데그룹이 위기에 처했다는 것이다. 신동빈 회장은 또 2016년까지 아버지인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그늘에 가려 자신은 그 어떤 경영적 판단도 할 수 없었음을 거듭 강조했다.

신동빈 회장은 지난 22일 서울고등법원 형사 8부(부장판사 강승준) 심리로 열린 뇌물공여 등 혐의 13차 공판에서 롯데그룹이 현재 너무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고 말했다.

공판에 참석한 신동빈 회장은 미리 적어온 A4 한장 분량의 글을 통해 자신은 억울하다는 점 롯데그룹이 어렵기 때문에 다시 일할 기회를 달라는 입장을 재판부에게 전달했다.

신동빈 회장은 "신격호 명예회장은 엄격한 스승이자 아버지였다"며 "30년 가까이 경영 수업을 받는 동안 모든 권한은 아버지에게 있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2016년까지 저 자신의 급여도 결정하지 못했다"며 "그동안 아버지가 해온 것이라 바로 잡기가 쉽지 않았다"고 억울함을 드러냈다.

신동빈 회장은 또 "아버지가 넘어지면서 병세가 악화했고 이후 2016년부터 경영에 나섰지만, 과거 잘못된 것을 바로잡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며 "후회와 아쉬움이 많지만 모두 다 내 불찰이라고 생각하고 구치소에서 자성의 시간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롯데그룹이 현재 너무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특히 중국에선 사업까지 철수했고 직원들 사기도 많이 떨어졌다"며 "다시 한번 일할 수 있게 해달라"고 덧붙였다.

신동빈 회장은 롯데면세점 신규 특허취득 등을 청탁하고, 그에 따른 대가로 K스포츠재단에 70억원 상당을 지원하는 등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신동빈 회장에 대해 징역 4년을 구형했으나 1심은 그에 못 미치는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 및 70억원을 추징한 바 있다.

한편 검찰은 국정농단 사건만 놓고 봤을 때 신동빈 회장에 대한 적정 형량은 징역 3년에서 징역 5년 사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국내 굴지의 재벌 총수임에도 사회에 대한 책임을 도외시하고 부하 임직원에게 책임을 미루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엄정한 형을 선고해달라"고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신동빈 회장을 비롯한 롯데그룹 총수 일가의 항소심 심리를 마무리 짓기 위해 오는 29일 오후 결심 공판을 진행한다.

신동빈 회장의 항소심 판결은 한달의 숙고기간을 거쳐 오는 10월 첫째주쯤에 내려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