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8일(목)

문재인 경제 '패닉'인데 서로 '등 돌린' 靑장하성-김동연 부총리

김동연 (왼쪽)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 사진 제공 = 기획재정부, 청와대


[인사이트] 김지현 기자 = 문재인 경제가 일자리 감소에 따른 '고용 쇼크'와 물가 급등, 부동산 가격 상승 등으로 '좌초' 위기에 놓였다.


현장에서는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경기침체라는 절규가 나오는데도, 청와대와 경제부처는 서로 '대립각'을 세우며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서로 '등을 돌린' 채 각자 '마이 웨이'만 부르짖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17일 통계청이 발표한 '7월 취업자수'의 내용을 보면 문재인 정부에서 벌어진 '고용 대참사'는 충격 그 이상이었다.


뉴스1


오죽했으면 휴일인 19일 청와대와 경제 부처, 그리고 여당까지 나서서 긴급 회동을 열어야만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얼마나 이번 사태를 엄중하게 보고 있는지 보여준 회동이었다.


이날 청와대와 기획재정부, 더불어민주당 고위 관계자들이 고용 대책회의를 열어 4조원 규모의 재정 보강을 신속히 추진하고 내년 일자리 예산을 올해보다 늘리는 등의 방안을 발표했다.


당·정·청이 이례적으로 휴일에 긴급회의를 연 것은 그만큼 일자리 사정이 절박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거기까지였다. 마치 급조된 '엉터리 대본'을 읽는 것처럼 청와대와 기획재정부는 서로 상반된 입장을 고집하며 '고용 대참사'의 책임이 서로에게 있다고 책임을 떠미는 인상을 줬다.


김동연(가운데) 경제부총리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고용 쇼크' 대책 관련 긴급 당·정·청 회의에서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뉴스1


이번 '고용 쇼크'의 원인에 대해 학계와 경제계는 물론이고 여당과 경제부처 내부에서도 장하성 실장이 고집한 '소득주도성장'에서 비롯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장 실장이 설계한 '청와대 경제정책'이 사실상 실패한 것으로 대부분의 경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급격한 '최저임금인상'과 준비가 덜 된 '주 52시간 근무제'에 더해 기업들을 옥죄는 '경제개혁'에만 올인한 나머지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지 못했다는 평가다.


이미 정부는 지난해 말부터 무려 '37조원'이 넘는 국민들의 혈세를 일자리에 투입했는데 고용 상황은 오히려 뒷걸음질만 쳤다.


장하성(가운데) 청와대 정책실장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고용 쇼크' 대책 관련 긴급 당·정·청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당·정·청 긴급회동에서 김동연 부총리는 고개를 숙이면서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을 수정할 뜻이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김 부총리는 "고용상황 정상화에 정책적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그간의 경제정책도 효과를 되짚어 보고 필요한 경우에는 관계부처, 당과 협의해 개선·수정하는 방향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개선도 하고 수정도 하겠다'는 반성문을 제출한 것이다. 장하성 실장이 추진한 '소득주도성장'에 수술칼을 들이댈 필요가 있다고 공개적으로 인정한 셈이다.


그런데 이런 발언에 상기된 표정을 보인 장하성 실장은 말로는 "책임을 통감한다"고 해놓고는 전혀 '다른' 자세를 취했다.


사진 제공 = 청와대


장 실장은 "현재 우리 경제성장률은 잠재성장률에 이르고 있으나 경제성장의 혜택이 중산층, 서민, 자영업자에게 돌아가지 않는 모순적 구조가 계속되고 있다"며 "성장이 일자리로 이어지지 않는 모순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정책실장이 '모순적 구조'만 언급할 뿐 구체적으로 어떻게 모순을 해결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해답을 내놓지 않고 그저 "상황이 어렵다"는 말만 되풀이한 것이다.


진짜 속내는 그 다음에 나왔다. 


장 실장은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 정책이 효과를 내기 시작하면 저소득·중산층 국민이 성장의 성과를 체감하고 고용 상황이 개선될 것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서민들의 삶은 점점 더 고단해지고 있다. /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결국 경제부처와 여당 내부에서도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소득주도성장'을 절대 포기할 뜻이 없다고 거급 확실히 말했다. 


사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경제 정책의 큰 틀을 짠 장하성 실장이 자신의 고집을 쉽게 꺾기는 어려울 것이다.


모든 정책의 핵심 '근간'이 되는 '소득주도성장'이라는 그 신념을 포기할 경우 자신의 존재 가치도 사라지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신념은 다른 이들의 눈에는 '독선'으로만 보일 뿐이다.


장하성 실장은 김동연 경제 부총리 외에도 청와대 참모들과도 '이견'을 보이며 마찰을 빚고 있다고 한다.


사진 제공 = 청와대


장 실장은 최근 경제 사정이 악화된 원인을 두고 윤종원 경제수석비서관과 대립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고용 대참사의 원인을 놓고 '최저임금'의 영향이 있냐, 없냐를 놓고 두 인사가 충돌했다는 이야기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문제는 경제가 추락하고 고용은 대재앙이 일어나고 있는데 최종 의사결정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은 여전히 장하성 실장의 '소득주도성장'에 대해 미련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사실이다.


사진 제공 = 기획재정부


문재인 정부는 올해 하반기는 물론이고 내년에도 '국민의 세금'으로 일자리를 늘려서 고용을 높이고 경제를 되살리겠다는 말을 앵무새처럼 되풀이 하고 있다. 


'내수'가 아닌 '수출'을 통해 국가 전체가 먹고사는 한국경제에서 '소득주도성장'이 과연 최선의 해법인지는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들이 원점에서 다시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기업이 일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고 투자를 늘리도록 경제 환경을 만들지 않는다면 '수출주도형 한국경제'에는 미래가 없는 이유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