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장영훈 기자 = 파리바게뜨가 계약을 해지하고 뚜레쥬르로 갈아탄 가맹점주의 새 매장 바로 옆 건물에 신규 매장을 나란히 오픈해 '보복 출점' 논란이 일고 있다.
본사 차원에서 신규 매장의 가맹점주에게 초기 자본 지원과 월손익 수입을 보장하는 조건으로 파리바게뜨 매장을 내준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욱 큰 충격을 준다.
20일 충남 아산시 배방읍 장래리의 한 아파트 단지 정문 앞 도로변에는 불과 5m도 안되는 거리를 두고 CJ푸드빌이 운영하는 뚜레쥬르와 SPC그룹 파리바게뜨가 영업 중이다.
매장 위치상 동네 아파트단지 2곳을 끼고 있어 중심 상권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어쩌다가 두 대형 프랜차이즈 빵집 2곳이 나란히 들어서게 된 것일까.
사연은 7개월 전인 지난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뚜레쥬르를 운영하고 있는 점주 A씨의 친동생에 따르면 7개월 전만하더라도 A씨는 같은 자리에서 파리바게뜨 매장을 8년간 운영하던 가맹점주였다.
당시 허영인 SPC그룹 회장의 배임 및 횡령혐의와 제빵사 불법파견 등으로 파리바게뜨에 대한 이미지가 좋지 않아 소비자들의 발길이 줄어들고 있는 시점이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점주 A씨는 10년째가 되는 2년 뒤에 파리바게뜨 매장 인테리어를 리뉴얼해야 하는 등 목돈이 들어가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그때 마침 점주 A씨는 마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뚜레쥬르와 고민했고 결국 8년간 운영하던 파리바게뜨와의 계약을 해지하기로 결심했다.
파리바게뜨와 계약을 해지한 점주 A씨는 기존에 운영하고 있던 파리바게뜨 매장을 뚜레쥬르로 바꾸기 위해 인테리어 공사 작업에 곧바로 들어갔다.
공사가 시작된지 보름쯤이 지났을까. 점주 A씨는 자신의 가게에서 불과 5m도 채 떨어지지 않은 바로 옆건물에 파리바게뜨 매장이 들어선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점주 A씨가 파리바게뜨를 운영할 당시 월 평균 매출은 4천만원 수준이었다. 전국 파리바게뜨 평균 매출인 5천 500만원에 밑도는 수준의 상권에 프랜차이즈 빵집이 2곳이나 생긴 셈이다.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 두 대형 프랜차이즈 빵집의 입점으로 인해 빵집 간의 경쟁은 치열해졌고, 월매출은 당연히 안봐도 뻔한 결과였다.
점주 A씨의 친동생은 인사이트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파리바게뜨 운영하는 점주들에게 왠만하면 뚜레쥬르로 옮겨갈 생각하지 마라는 식의 공지가 내려왔을 정도"라고 말했다.
실제 인사이트 취재진이 점주 A씨 친동생으로부터 제공받은 단톡방 문자 내용을 보면 대전충청지부 담당자는 파리바게뜨 가맹점주들에게 "T사로 전환을 검토하시는 점주들이 다수 계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대전충청지부 담당자는 단톡방에서 '보복 출점' 사안을 언급하며 "만약에라도 T사 전환을 검토하고 계시다면 본사 영업팀과 협의하시고 주변 여건들을 감안하여 심도 있게 판단하길 건의드린다"고 말했다.
여기서 대전충청지부 담당자가 말하는 'T사'는 파리바게뜨의 경쟁업체이자 CJ푸드빌이 운영하는 뚜레쥬르를 말한다.
담당자는 "T사로의 전환이 인테리어 지원금액 차이를 제외하고는 향후 손익을 감안하면 큰 이점이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시급한 현안이어서 두서없이 올린다"고 덧붙였다.
파리바게뜨 운영하는 가맹점주들에게 지부 차원에서 왠만하면 '경쟁업체인 뚜레쥬르로 옮겨갈 생각하지 마라'는 무언의 압박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대목이다.
점주 A씨의 친동생은 "기존 파리바게뜨 운영하시는 지인분들을 통해서 상황을 알아봤다"며 "입점하는 파리바게뜨 점주는 본사에서 월손익 300만원을 보장하는 계약으로 입점을 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위탁 직영 계약 형태로 인테리어비용 역시 파리바게뜨 본사에서 비용을 100% 부담했다"며 "파리바게뜨와 계약을 해지하고 뚜레쥬르로 바꾼것에 대한 본사의 보복으로 보여진다"고 주장했다.
인사이트 취재진은 '보복 출점' 논란이 일어난 파리바게뜨 매장이 어떤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지 관련 업계를 통해 취재한 결과 '100% 직영점'이 아닌 본사 '위탁 가맹 형태'로 운영되는 매장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파리바게뜨가 계약해지한 가맹점주를 압박하려고 '보복 출점'했다는 점주 A씨와 친동생 주장에 대해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논란의 중심에 선 파리바게뜨 측의 입장은 어떨까. 인사이트 취재진은 사실 관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파리바게뜨 홍보팀 김휘석 팀장과 강지훈 과장에게 수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아무런 입장을 들을 수가 없었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의 차남 허희수 전 부사장이 액상대마 밀수 및 흡연 혐의로 검찰에 구속되자 신속하게 입장문을 발표하고 경영에서 영구배제하겠다고 발표한 태도와는 전혀 상반된 모습이다.
오너 문제에 대해서는 신속하게 대응하면서도 정작 파리바게뜨 가맹점주들의 '보복 출점' 피해 주장에 대해서는 입을 꾹 다물고 있어 모순이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