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7일(수)

SK 최태원 회장이 임원들 모아 '특별 과외' 시키는 까닭

최태원(왼쪽) SK그룹 회장,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 / 사진 제공 = SK그룹


[인사이트] 이하린 기자 = '딥 체인지(근본적인 변화)' 전도사를 자처하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임원들을 한 자리에 불러 '나머지 공부'를 시켜 눈길을 끈다.


하루가 다르게 경영 환경이 급변하는 요즘, 대기업 임원들은 사실 쏟아지는 업무 처리에 밀려 오히려 세상 돌아가는 변화를 가장 늦게 깨닫는 경우가 많다.


50대 젊은 총수가 왕성하게 활동하는 SK그룹의 경우도 수백명의 고위 임원들이 있지만 이들은 사실 시대에 가장 뒤쳐진 '아재'와 '꼰대'로 전락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사실 최태원 회장도 주변에서 그런 '아재 임원'들을 자주 접했던 걸까. 급기야 임원들을 따로 모아서 변화에 따라갈 수 있도록 '특별 과외'를 준비했다.


최태원(왼쪽) SK그룹 회장이 지난해 8월 21일 개막한 '제1회 이천포럼'의 '사회혁신과 기업의 역할' 세션에 패널로 참석해 김용학(가운데) 연세대 총장, 염재호 고려대 총장 등과 기업이 사회와 공생하며 혁신을 이끌어낼 방안을 토론하고 있다. / 사진 제공 = SK그룹


최태원 회장의 특별 지시로 지난해 8월 처음 시작된 '이천포럼'이 바로 나머지 공부를 위한 특별 이벤트인 것이다.


최태원 회장은 SK그룹 임원들과 국내·외 석학들을 한 자리에 모아 다양한 글로벌 이슈에 대해 토론하고 공부하는 '이천포럼'을 직접 구상하고 야심차게 추진했다.


지난해 8월 서울 광진구 워커힐 호텔에서 처음 개최했을 때 이름만 들어도 입이 벌어지게 만드는 엄청난 명사들과 석학들이 대거 초대돼 SK그룹 임원들을 '따끔하게' 가르쳤다(?)고 한다.


다만 이천포럼은 SK그룹 내 임원들을 대상으로 한 일종의 '학습·토론'을 위한 행사로 기획됐기 때문에 무척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 사진 제공 = SK그룹


실제로 최태원 회장도 연사로 직접 나서 석학들과 자신이 보는 미래 비전과 한국 사회는 물론이고 글로벌 경제에 관해 통찰력 넘치는 의견을 교환한다.


솔직히 대기업 임원들이 오죽 학습을 게을리 했으면 회장이 직접 나서서 공부를 하도록 '포럼'까지 열었을까 싶다.


최태원 회장은 몇 해 전부터 근본적인 변화, 즉 '딥 체인지(Deep Change)'를 설파하면서 그룹과 임직원들에게 획기적인 변화를 요구했다.


하지만 회장이 아무리 소리질러 외쳐봤자 그런 메시지는 임원과 직원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SK그룹 관계자는 고백했다.


사진 제공 = SK하이닉스


이런 문제는 비단 SK그룹 만의 현실은 아니다. 다른 대기업들도 변화를 거부하는 '꼰대, 아재' 임원들과 '좀비' 직원들이 회사를 병들게 하고 있다.


그렇지만 최태원 회장이 기획한 '이천포럼'이 지난해 대박을 치면서 성황리에 막을 내리면서 아재 임원과 좀비 직원들을 반성하게 만들었다는 후문이다. 


그만큼 평소 직원들이 생각하지 못했던 빛나는 통찰력과 미래 비전이 심도 있게 공유되는 자리였던 셈이다.


물론 올해도 8월 20일부터 23일까지 제2회 '이천포럼'이 개최돼 기대를 모은다.


이번 행사에도 최태원 회장은 물론이고 회사의 SK하이닉스, SK텔레콤 등 주요 계열사 CEO와 고위 임원들이 총출동해 석학들에게 '훈계'를 좀 들을 것으로 보인다.


제1회 이천포럼에 참석한 최태원 회장 / 사진 제공 = SK그룹


올해 포럼은 사회적 가치 창출과 글로벌경영, 과학기술혁신 등을 주제로 외부 강사를 초청해 임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최태원 회장이 최근 중점을 두고 있는 '4차산업혁명'과 '인공지능(AI), 동북아·동남아 정세 등을 다룰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최태원 회장이 준비한 특별 과외가 SK그룹 고위 임원들에게 어떤 강렬한 메시지와 화두를 던질지 벌써부터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