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윤혜경 기자 = 20대 직장인 김지은(가명·28) 씨는 최근 남자친구가 생겼다.
직장 동료가 주선해준 소개팅에서 만난 김영훈(가명·32) 씨가 애프터를 신청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시를 한 것이 지은 씨의 마음을 움직이는 요인이 됐다.
오랜만에 생긴 연인이다. 하지만 영훈 씨와의 관계가 진전될수록 지은 씨는 고민이 점점 깊어진다. 그에게는 알리고 싶지 않은 '가정사'가 있기 때문이다.
사실 지은 씨는 사고로 아버지를 일찍 여의었다. 어머니는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온갖 허드렛일을 도맡으며 지은 씨를 키웠다.
지은 씨에게는 세상 누구보다 멋진 어머니이지만, 아직 '한부모 가정'을 보는 사회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아 영훈 씨에게까지 '비밀'로 하고 있다.
이처럼 사랑하는 연인에게도 숨기고 싶은 '비밀'이 있다. 지은 씨를 포함한 미혼 여성들은 한부모 가정 같은 '가정사'를 가장 숨기고 싶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결혼정보회사 듀오는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12일까지 미혼남녀 403명에게 '연인에게 숨기고픈 비밀'이란 주제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의 67.7%가 연인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 비밀이 있다고 답했다. 무려 절반을 웃도는 수치다.
숨기고 싶은 비밀 유형은 성별에 따라 양상이 달랐다.
여성의 경우 '가정사(36.2%)'를 가장 숨기고 싶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신체적 고민(18.3%)', '과거 연애사(10.1%)' 순이었다.
남성은 '신체적 고민(27%)'이 가장 많았다. '인간관계 고민·과거 연애사(각각 11.9%)'이라는 답변이 그 뒤를 이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까지 '비밀'을 유지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성은 '나중에 후회할까 봐(36.2%)', '지금껏 누구에게도 말한 적 없어서(24.3%)' 순으로 답변이 많았다.
남성은 '지금껏 누구에게도 말한 적 없어서(35.1%)', '모르는 게 약(29.7%)'을 이유로 꼽았다.
설문에 참여한 43%는 비밀을 궁금해하는 연인에게 미리 '이 부분은 물어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한다'고 응답했다. '자연스럽게 대화 주제를 돌린다(38.5%)', '거짓말을 한다(7.9%)' 등의 의견도 있었다.
비밀을 고백할 적기에 대해서도 성별 간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은 '마음의 준비가 됐을 때(39.9%)', 남성은 '결혼과 상관없이 연인에 대한 믿음이 생길 때(36.2%)' 비밀을 털어놓는 것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