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이하린 기자 =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게 '자식 농사'라는 옛말이 있다.
우리나라 재벌도 예외는 아니다. 기껏 기업을 일궈놨더니 딸·아들이 한순간에 이미지를 '폭망'하게 만드는 사례가 심심치 않게 나온다.
게다가 '재벌가 자제'이라는 특수성이 있기에 이들과 관련한 각종 비리나 갑질 논란이 불거지면 대중은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심지어 불매운동까지 일어나기도 한다.
열심히 사회적 책임을 다해도 모자란 대기업 총수 일가임에도 오히려 온갖 불법적인 행태로 부모 얼굴에 먹칠을 한 재벌 2, 3세를 한자리에 모아봤다.
1. 허희수 전 SPC 그룹 부사장
허희수 전 SPC 그룹 부사장은 SPC 그룹의 전신인 삼립식빵 샤니의 창립자 허창성 명예회장의 손자이자 허영인 SPC 그룹 회장의 차남이다.
2년 전 미국 유명 햄버거 프랜차이즈 '쉑쉑버거'를 국내에 들여와 대박을 낸 그는 최근 대마 밀수 및 흡연 혐의로 구속됐다.
허 전 부사장은 대만 등지에서 액상 대마를 몰래 들여와 흡연한 혐의를 받고 있으며, 이미 검찰이 그의 모발과 소변 등을 검사해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7년 파리크라상 상무로 입사한 허 전 부사장은 2016년 '쉑쉑버거'를 한국에 소개하면서 재벌 3세가 아닌 '경영인 허희수'의 입지를 단단히 했다. 이후 SPC 그룹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그러나 이번 '대마 밀수 및 흡연 논란'으로 그는 한순간에 모든 명예와 영광을 잃고 비판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SPC 그룹은 논란이 터진 이후 허 전 부사장에 대해 "그룹 내 모든 보직에서 즉시 물러나도록 했으며 향후 경영에서 영구히 배제하도록 조치했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2. 김동선 전 한화건설 팀장
한화 김승연 회장의 셋째 아들 김동선 전 한화건설 팀장은 재계의 대표적인 '문제아'로 꼽힌다.
그는 수차례 폭행 혐의로 구설에 오른 바 있다. 지난해 9월 김 전 팀장은 대형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 10여 명의 친목 모임에 참석했다가 변호사들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김 전 팀장은 만취한 자신을 부축하는 변호사들의 뺨을 때리고 머리채를 잡는 등 무차별 폭행을 가했다. "너희 아버지 뭐 하시냐", "날 주주님이라 불러라", "존댓말을 써라" 등 언어폭력도 서슴지 않았다.
그는 또한 과거 서울 용산구의 한 호텔 지하 주점에서도 음주 중 여자 종업원과 시비가 붙었다. 자신을 제지하던 다른 종업원, 경비원과 몸싸움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유리창과 집기가 부서졌다.
김 전 팀장은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술집에서도 종업원의 뺨과 머리를 때리는 난동을 부리기도 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차 내에서도 소란이 계속돼 차량 시트가 찢어지기도 했다.
'엄친아'로 유명한 큰형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와는 전혀 다른 '음주 폭행' 행보로 대중의 질타를 받은 사례다.
3. 최철원 전 M&M 대표
"어이가 없네…?" 배우 유아인은 영화 베테랑에서 안하무인 재벌 2세 역할로 열연을 펼쳤다.
유아인이 실감 나게 연기한 조태오 캐릭터는 물류 회사 M&M의 최철원 전 대표를 모티프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전 대표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사촌동생이기도 하다.
M&M은 과거 화물차 운전자들에게 화물연대를 탈퇴하고 앞으로 노조에 가입하지 말 것을 계약 조건으로 내걸었다.
화물연대 지회장이었던 A씨는 계약에 실패해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됐고, 억울한 마음에 본사 앞에서 1인 시위를 불였다.
그러자 최 전 대표는 A씨를 사무실로 불러들여 무릎을 꿇린 후 야구 방망이로 폭행했다.
A씨가 과거 한 매체와 인터뷰 한 자료에 따르면 최 전 대표는 "합의금이 2천만원이니 한 대에 100만원이라 치고 스무 대만 맞아라"며 열 대를 때렸다.
그는 살려달라는 A씨의 애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분풀이를 한 뒤 피범벅이 된 A씨 얼굴에 1천만원짜리 수표 2장을 던졌다.
이 '맷값 폭행' 사건은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무개념 재벌의 갑질 중 갑질로 꼽힌다.
4. 한진그룹 일가
한진그룹의 조양호 회장,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
이들 총수 일가는 모두 각종 비리와 갑질 논란으로 검찰 포토라인에 서는 불명예를 안았다.
먼저 조현아 전 사장은 몇 해 전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든 '땅콩회항' 사건의 주인공이다.
그는 이륙을 준비 중이던 비행기 안에서 땅콩 제공 서비스를 문제 삼으며 난동을 부리다가 결국 비행기를 되돌려 수석 승무원을 내리게 했다.
조현민 전 전무는 올해 초 한 광고대행사 직원에게 소리를 지르고 물을 뿌린 일명 '물벼락 갑질' 사건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조양호 회장은 수백억원대 세금 탈루와 비자금 조성 혐의로, 그의 아내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은 특수상해 및 상습 폭행, 외국인 불법 고용 혐의 등으로 검찰 포토라인에 섰다.
5.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은 2016년 '운전기사 갑질'로 구설수에 올랐다.
이 부회장의 전직 운전기사 A씨는 당시 여러 매체를 통해 "이 부회장이 평소 운전기사들에게 룸미러와 사이드미러를 접고 운전하라고 지시했다"고 폭로했다.
A씨에 따르면 이같은 비상식적인 지시는 '눈을 마주치기 싫다'는 황당한 이유에서 비롯됐다.
이 부회장은 또한 운전기사에 대해 지속적인 폭행과 폭언을 일삼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차와의 간격이 조금이라도 벌어지면 곧바로 "야, 이 쓰레기야"라는 말이 튀어나왔고 운전기사의 뒤통수나 어깨를 가격하는 일도 빈번했다.
A씨는 인터뷰에서 "6개월간 이 부회장을 거쳐간 운전기사가 50여명에 이른다"고 밝히며 그의 갑질이 도를 넘어선 수준임을 짐작케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