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8일(목)

'靑 호통' 듣고 삼성 이재용에 '투자요청' 접은 김동연 부총리의 고민

사진 제공 = 기획재정부, 뉴스1


[인사이트] 장영훈 기자 = 시작 전부터 '말'이 많았던 김동연 경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삼성전자 방문이 결국 많은 '숙제'만 남긴 채 막을 내렸다.


6일 오전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평택 반도체 공장을 방문해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을 만나 규제개혁과 투자 애로사항 등을 청취했지만 재계에서 희망했던 대규모 투자계획은 끝내 발표되지 않았다.


기대를 모았던 삼성의 대규모 투자 및 고용 계획 발표는 잠정 연기됨에 따라 문재인 정부의 경제 수장으로 '고전'하고 있는 김동연 경제 부총리의 고민도 깊어질 전망이다.


(우) 김동연 부총리. (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뉴스1뉴스1


김 부총리는 이날 오전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방문해 반도체 공장을 둘러보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고위급 경영진들과 잇달아 간담회를 진행했다.


김동연 부총리가 지난 2월 집행유예로 풀려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공식석상에서 제대로 만난 첫 자리였지만 시장이 기대했던 '투자'와 '고용' 이야기는 없었고 '혁신'과 '재벌 개혁'만 화제로 올랐다.


김동연 부총리는 이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나 "삼성이 경제성장 동력 확충을 위한 전환점을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6일 경기도 평택 소재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방문, 간담회를 마친 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직원식당에서의 오찬을 하기 위해 식판을 들고 이동하고 있다. 사진 제공 = 기획재정부


김 부총리는 경기도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혁신성장을 위한 삼성 현장 소통 간담회'를 주재하고 "경제부총리가 삼성을 찾은 건 처음으로 안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부총리가 지난해 말부터 이어오고 있는 '대기업과 소통'의 일환으로 삼성전자를 직접 방문한 것이다.


삼성전자 측에선 윤부근 부회장, 김기남 대표이사, 김현석 대표이사, 고동진 대표이사, 노희찬 사장, 진교영 사장 등 경영진이 총출동해 최고 수준의 '의전과 예우'를 선보였다.


겉으로는 화려한 만남의 이벤트가 진행됐지만 사실 '알맹이 없는' 행사로 끝났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였다.


뉴스1


당초 김 부총리가 삼성그룹 총수인 이재용 부회장에게 투자와 고용에 대한 '부탁'을 하고 이에 대해 삼성 측이 '100조원' 이상의 투자 계획을 밝히려고 했지만 청와대에서 이를 제지하고 나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실제로 김 부총리의 요청에 삼성그룹이 역대급 수준의 투자와 고용 계획을 발표하려고 했지만, 청와대 안팎에서 "정부가 대기업에 고개를 숙이고 '구걸'을 한다"는 지적이 나오자 상황은 급반전 됐다.


결국 이날 김 부총리와 이 부회장의 회동에서는 서로가 원론적인 수준의 발언만 주고 받으면서 내용 없는 '속빈 강정식'의 행사로 종료됐다.


청와대와 김 부총리 사이의 입장 차이로 인해 삼성그룹 측은 당황스럽고 조심스럽다는 입장이다.


권력의 핵심 인물들이 삼성그룹에 대한 강한 '반감'을 드러낸 탓에 이재용 부회장이 나서서 투자와 고용을 이야기할 수 없는 상황인 탓이다.


실제로 삼성그룹 관계자는 "구체적 투자 계획에 관해서는 정해진 바 없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되풀이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인도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만났다. 사진 제공 = 청와대


다만 투자 계획 발표가 연기됐지만 김 부총리의 방문과 관계없이 앞서 예정됐던 투자와 고용에 관한 일정표는 순차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안타까운 것은 경기가 침체하고 고용과 투자 지표가 악화된 상황에서 청와대가 대기업에 투자 요청하는 것을 단순한 '구걸'로만 여기는 청와대의 '고정관념'에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거세다.


실제로 '청와대 호통'에 김 부총리가 깜짝 놀랐다는 기사에는 많은 누리꾼들이 "대기업이 투자를 해야 하는데 정부의 그런 요청을 '구걸'로 받아들인다는 게 한심할 뿐"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결국 문재인 정부의 핵심 지지층인 진보 진영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면서 삼성그룹 등 대기업의 투자를 이끌어내는 게 김 부총리에게 주어진 '임파서블한 미션'인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