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8일(목)

"이것이 술의 미래"…대기업 CEO가 인스타에 인증할 정도로 맛있다는 '꿀술'

사진 제공 = 곰세마리 양조장 (왼쪽부터 양유미, 이두재, 유용곤 공동대표)


[인사이트] 이하린 기자 = 미식가로 소문난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최근 인스타그램에 올린 술병 사진 한 장이 큰 화제를 불러 모았다.  


그가 "대한민국 술의 미래를 본다"는 멘트까지 넣으며 극찬을 아끼지 않은 술의 정체는 바로 곰세마리 양조장의 '꿀술'이다. 


곰세마리 양조장은 양유미(31), 이두재(32), 유용곤(32) 세 친구가 온라인 게임 속 꿀술의 맛이 궁금하다는 단순한 호기심으로 술을 빚기 시작하면서 탄생했다. 


시작은 미약했지만 허투루 만들었다가 운 좋게 성공한 것은 결코 아니다. 2014년 반지하 자취방에 홈브루잉 기계를 사놓고 꿀술 제조를 시작한 이들은 꿀과 물, 효모를 넣어 발효시키고 온도와 습도를 여러 차례 바꿔가며 시행착오를 겪었다. 


Instagram 'yj_loves'


처음에는 알코올 향만 나던 것이 어느 순간 청포도향이 나는 달콤한 꿀술로 변모하는 것을 보고 삼총사는 환호를 내질렀다. 


'나만 알기엔 아까운 맛이다'라고 판단한 이들은 아예 제대로 된 양조장을 만들어 더 많은 사람들에게 꿀술을 맛 보여주기 위해 2015년 크라우드 펀딩을 시작했다.  


반신반의하며 진행한 펀딩으로 목표액인 7백만원을 훌쩍 넘는 2천만원이라는 거금을 모으면서 본격적으로 사업에 눈을 떴다. 


검증도 되지 않은 꿀술을 맛보겠다고 흔쾌히 펀딩을 해준 고객 덕에 신림동에 양조장까지 만들 수 있었지만, 사업이란 게 쉽지만은 않았다. 


그저 자기만족을 위해 지하실에서 술을 빚어 즐겁게 마시는 것과 판매를 위해 대량으로 술을 생산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였다. 


사진 제공 = 곰세마리 양조장 


그렇지만 곰세마리 3인방은 자신들을 믿어준 수많은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더 나은 맛의 꿀술을 만드는 데 몰두했다. 


공들여 만든 술을 몇 달 동안 숙성하고, 원하는 맛이 나지 않으면 500만원 어치에 달하는 꿀이 포함된 술을 그대로 하수구에 쏟아버렸다. 


그렇게 몇 번을 버리고 또 버리기를 1년여. 수없이 반복한 끝에 꿀술의 적정한 숙성 기간과 온도, 환경을 모두 찾았고 특유의 향긋함과 깔끔한 맛으로 유명 셰프들의 눈에 띄었다. 


곰세마리 양조장은 현재 '밍글스', '21세이 서울', '안씨 막걸리' 등 소수의 유명 레스토랑에 꿀술을 납품하고 있다. SNS를 통해 개인 고객도 받는다. 


종류는 오리지널, 스위트, 그리고 어린 꿀술 등 세 가지다. 


Instagram '3bearsmeadery'


곰세마리 양조장은 다른 대형 양조장에 비해 턱없이 작은 규모로, 별도의 직원도 두지 않고 대표 세 명이 모든 일을 전담한다. 


게다가 꿀술은 숙성 기간도 짧지 않아 생산량 자체가 적다. 쏟아지는 수요를 따라가기엔 공급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제발 더 많이 만들어달라"는 고객의 아우성에 곰세마리 양조장은 현재 서촌으로 확장 이전을 준비 중이다. 


Instagram '3bearsmeadery'


짧게는 수개월에서 길게는 1년까지 기다렸다가 꿀술을 맛보는 이들이 많은 요즘, 곰세마리 양조장 대표 3인방은 누구보다 바쁘지만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곰세마리의 홍일점 양유미 대표는 인사이트 취재진을 통해 "클릭 한 번이면 몇 시간 만에 구매한 물건이 도착하는 시대에 느리고 더딘 곰세마리 양조장에 믿음과 지지를 보내주는 구매자를 보면서 이것이야말로 작은 혁명이자 기적 같다고 느낀다"며 감사를 전했다. 


그러면서 "9월에서 10월 경에는 양조장을 이전해 고객이 직접 매장에 방문해서도 꿀술을 구매할 수 있게끔 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곰세마리 대표 3인의 집념과 노력이 고스란히 담긴 꿀술이 '아는 사람만 아는 술'을 넘어 '국민 술'로 가는 날이 머지않은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