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8일(목)

불매운동 5년에 지친 남양유업···여론의 '마녀사냥'과 대리점 사장님의 '눈물'

사진 제공 = 남양유업


[인사이트] 장영훈 기자 = 지난 2013년 초 남양유업이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에 직면했다.


유통업계 관행처럼 이뤄지던 '물량 밀어내기'로 인해 대리점 사장들이 빚더미에 앉았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여론이 급격히 나빠진 것이다.


남양유업은 사건 초기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이 거세지면서 결국 고개를 숙였고 이후 남양유업의 오랜 '시련'이 시작됐다.


사실 남양유업의 갑질행태는 지탄 받아야 마땅한 일이고 소비자들이 화가 난 것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사진 제공 = 남양유업


불매운동 5년 동안 남양유업은 매출과 영업이익이 크게 추락하면서 회사의 주가마저 정점 대비 30% 가량 빠지는 등 위기를 겪기도 했다.


남양유업은 언론과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으면서 지난 5년 동안 단순히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대가를 치러야만 했다.


바로 소비자들에게 '남양유업'을 절대 구매하지 말자는 불매운동의 '흑역사'가 시작된 것이다.


남양유업을 향한 소비자 불매운동은 중·장기적인 측면에서 기업을 변화시키고 대리점 사장님들에 대한 기업의 '갑질'을 막고 상생 관계를 도모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순기능이 있다.


사진 제공 = 남양유업


그런데 5년의 시간이 흐른 이순간 한번 반문해야 할 부분도 있다. 


과연 소비자의 불매운동과 언론의 비판적인 기사들이 생산적인 발전과 상생을 위한 비판이 아닌 '마녀사냥식' 여론몰이가 아닌지 말이다.


폭염이 맹위를 떨친 8월 2일 경제면에 유독 눈에 띄는 기사들이 있었다. 언론사 여러 곳이 마치 '합심'이라도 한 듯 남양유업의 '불매운동'과 '남양 로고 가리기'에 대한 기획성 기사를 쏟아낸 것.


그 기사가 나온 배경(?)이야 확인할 수 없겠지만 내용은 남양유업이 불매운동으로 힘들어한다는 내용이 골자였다.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등을 통해 모두가 익히 알고있는 내용들 뿐이었다.


그런데 그 어디에도 남양유업에서 근무하는 2천여명의 직원들과 남양유업에서 제품을 받아서 생계를 이어가는 수많은 대리점 사장님들과 그 가족들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남양유업이 창사 이후 처음 영입한 외부 전문 경영인 이정인 대표이사. 사진 제공 = 남양유업


갑질 파문을 일으킨 남양유업을 무조건 두둔할 생각은 없다. 다만, 그 동안 남양유업도 상생을 위한 노력과 기업문화를 바꾸려고 하는 크고 작은 시도가 있었다고 한다.


실제로 널리 알려지진 않았지만 남양유업은 16년째 '뇌전증 환아'를 위해 영·유아용 특수조제식품을 개발하고 있다. 사실 돈이 되지 않지만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것이다.


또한 남양유업은 최근 동물복지인증 목장의 원유를 사용한 가공유 '옳은 유기농 딸기·바나나 우유' 제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사진 제공 = 남양유업


이외에도 대놓고 '자랑'하지 않지만 크고 작은 선행을 이어가고 있는 게 사실이다.


무조건 "남양은 죽여야 한다"는 식의 '마녀사냥'은 자칫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언론과 소비자들이 기억했으면 한다.


남양유업에서 10여년 동안 대리점을 운영한 한 사장님은 "처음에는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이 어느 정도 도움은 됐다"면서도 "하지만 5년이 지났는데도 아직도 '남양'이라면 욕부터 하는 사람들을 보면 남몰래 눈물을 흘린다"고 하소연했다.


이렇듯 남양유업도 변화를 위해 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남양유업이 지난 1월 이정인 전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부대표를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한 것도 중요한 진전으로 꼽힌다. 


사진 제공 = 남양유업


남양유업이 외부 인사를 영입한 것은 창사 이래 처음인 이유에서다. 외부에서 CEO를 영입해 변화를 도모하고 있는 점은 높게 평가해야 한다.


또한 최근 포스코에서 정통으로 기업 홍보 등을 담당했던 전문가를 실장으로 스카우트했다. 남양유업도 스스로 변화하려고 노력을 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 잘못에만 너무 '뭇매질'을 가하지 말고, 지금부터라도 존경받는 기업이 될 수 있도록 애정의 '회초리'를 들어보면 어떨까.


더이상 사람들 눈치(?) 보지 않고 편의점에서 '초코에몽'을 편하게 마셔 보고 싶은 건 기자 개인의 소박한 바람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