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8일(목)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만나는 김동연 부총리의 뻔한 '거짓말'

(좌) 김동연 부총리. (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스1


[인사이트] 이유리 기자 = 문재인 정부의 경제 수장인 김동연 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투자'와 '고용'을 요청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이례적으로 강조했다.


1일 김동연 부총리는 서울 성북구의 한 카페에서 소상공인과 간담회를 가진 뒤 기자들에게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일부 언론은 삼성에 투자 SOS 요청을 한다고 하는데 사실과 다르다"고 말문을 열었다.


사실 재계 안팎에서는 김 부총리가 이달 초 삼성전자를 방문해 이재용 부회장을 만나 사실상 '대규모 투자'를 요청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일 김동연 부총리가 서울 성북구의 한 카페에서 소상공인과 간담회를 가졌다. 사진 제공 = 기획재정부


경제 수장이 국내 대기업의 총수를 직접 찾아가 독대를 하는 것은 누가 봐도 '기업이 나서서 투자를 좀 해달라'는 암묵적인 요청이기 때문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는 최근 경기 침체와 일자리 감소 등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급제동이 걸리며 지지율까지 하락하는 등 경제적인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중차대한 상황에서 국내 1등 대기업 삼성전자의 총수인 이재용 부회장을 경제 부총리가 직접 만난다고 하면 그 '배경'과 '속내'는 누가봐도 뻔한 것이다.


솔직히 한 나라의 경제를 책임지는 경제 수장이 대기업 오너를 만나서 투자와 고용을 촉진해 달라고 당부하는 게 그렇게 '흠'이 될 일은 아니라고 본다.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지난 6월 8일 경기 하남시 신세계 스타필드를 방문, 스타필드 내 중소기업 스페이스에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으로부터 제품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 제공 = 기획재정부


그런데 김 부총리는 언론 보도와 여론을 너무 예민하게 의식한 듯 기자들에게 "삼성에 투자를 요청하는 SOS를 절대 하지 않겠다"고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한 것이다.


실제로 김 부총리는 "지금까지 간 대기업 중 어디에도 투자금을 요청한 적 없다"며 "모두 정부 메시지를 전하고 애로사항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고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이어 "삼성 측과 만나 혁신성장의 파트너로서 정부의 메시지를 전하고 혁신성장을 위해 정부가 어떤 생태계 조성을 지원해줄 수 있을지 의견을 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스1


'기업인의 애로를 청취하겠다'는 김 부총리의 말은 그럴듯 한 '수사(修辭)'일 뿐 그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대기업 총수는 대한민국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사실 우리 경제는 지금 백척간두(百尺竿頭)의 위태로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 중국과 미국이 무역 전쟁을 벌이면서 글로벌 경제는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지경이다.


게다가 중국의 제조업체들은 국내 기업들의 뒤를 바짝 뒤쫓고 있고, 일부는 이미 추월해서 저만치 앞서가고 있다.


이런 시기에서 경제 부총리가 기업인을 만나서 투자를 당부한다고 문제가 될 게 없다. 그런 의미에서 김 부총리의 지나친 '결벽증'은 오히려 문재인 정부의 솔직한 자세와는 맞지 않다고 본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인도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만났다. 사진 제공 = 청와대


오죽했으면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달 초 인도에서 이재용 부회장을 만나서 "삼성이 한국에서도 투자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직접 말하지 않았던가.


김 부총리가 이제 곧 이재용 부회장을 만난다. 


서로 얼굴을 맞대고 대화를 나눌 때 겉으로 아름답기만 한 말의 향연과 수사 보다는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비전과 실행 방안을 이야기했으면 한다.


경제 관료들은 겉으로만 "기업가들에게 투자와 고용을 압박하지 않는다"고 속에도 없는(?) 소리를 하지 말고 좀더 솔직한 모습을 보이는 게 기업인들 입장에서도 '속'이 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