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8일(목)

최태원 회장의 '딥 체인지' 주문에 '센스 있는' SK하이닉스의 '대응'

(좌) 최태원 SK그룹 회장. SK그룹, (우)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 SK하이닉스


[인사이트] 김지현 기자 = SK그룹은 국내 대기업 중에서 가장 빠르게 '진화' 중인 기업으로 꼽힌다.


오너인 SK그룹 최태원 회장이 직접 나서서 "본질적으로 큰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그룹의 미래는 없다"고 강하게 경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태원 회장은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면서 기업 본연의 이윤 추구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라고 그룹 계열사 사장단에 주문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 제공 = SK그룹


최 회장이 말하는 '딥 체인지(Deep Change·심층적 변화)'는 바로 그러한 사회적 가치를 충족하면서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끌어내는 미션이기에 계열사 사장들은 요즘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런데 최근 그룹 계열사 중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면서 제일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잡아가고 있는 SK하이닉스가 '센스 있게' 최태원 회장의 주문에 '해답'을 내놓았다.


SK하이닉스는 1일 사내 벤처 육성 프로그램 '하이게러지'를 처음으로 진행한다고 언론에 공식 발표했다.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 사진 제공 = SK하이닉스


하이게러지는 구성원이 고안한 사업 모델을 지원하고 창업 기회를 부여하는 프로그램으로 최태원 회장의 경영 철학을 그대로 반영한 실험이다.


특히 이번 프로젝트는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이 직접 꼼꼼하게 챙기면서 사안을 점검한 프로그램으로 알려졌다.


국내 굴지의 반도체 기업을 이끄는 박 부회장이 소규모로 진행되는 '사내 벤처 육성 프로그램'에 관심과 애정을 쏟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최태원 회장의 '딥 체인지'라는 경영철학에 깊이 공감하고 있는 까닭이다.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 사진 제공 = SK하이닉스


최태원 회장의 '딥 체인지'에 강한 인상을 받은 박성욱 부회장은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면서, 더 큰 이윤과 도약을 이뤄낸다는 오너의 '비전'에 힘을 더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모집 분야는 반도체, ICT(정보통신기술) 등 전혀 제한이 없다는 대목에 주목해야 한다.


'관료주의'에 물든 거대 기업의 낡은 문화를 타파하기 위해 어떤 한계와 제약도 두지 않기로 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 제공 = SK그룹


특히 '사회문제 해결'에 도움 줄 수 있는 제품이나 서비스 아이디어도 함께 모집하는 점도 눈길을 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글로벌 IT 기업들이 차고(garage·게러지)에서 창업한 것에서 착안해 프로그램 이름을 정했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하이게러지는 8월부터 9월 초까지 지원자 모집을 거쳐 10월까지 사내외 전문가 심사를 마친 뒤, 11월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다.


사진 제공 = SK하이닉스


SK하이닉스의 젊은 직원들은 벌써부터 공모에 참여하기 위해 아이디어를 모으고 있는 것으로 전해질 정도다. 시작 전부터 대단히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는 것이다.


선정된 구성원은 기존 업무에서 벗어난 별도 공간에서 벤처 사업화를 준비할 수 있으며 최대 2억원의 자금이 지원된다. 또한 외부 벤처 전문가의 컨설팅도 수시로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