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장영훈 기자 = SK그룹의 최태원 회장이 반도체 공장에 15조원을 투자하는 등 문재인 정부의 투자 독려에 응답하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결단'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문 대통령은 이달 초 인도에서 이 부회장을 직접 만난 자리에서 "삼성이 한국에서도 투자 해달라"는 주문을 했기에 삼성그룹도 조만간 대규모 투자는 물론 고용, 사회공헌 계획을 밝힐 전망이다.
30일 재계와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조만간 중장기 투자 및 고용 계획을 발표하기로 하고 내부 검토를 거쳐 경제 관련 부처들과 조율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의 이러한 '결정'에는 문 대통령과 인도에서 만난 것 외에도 최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반도체 공장에 무려 15조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한 통큰 '베팅'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도체 사업에서 라이벌 관계에 있는 SK하이닉스가 초대형 투자를 통해 국가 경제에 기여하는 모습을 보인 상황에서 국내 '1등 기업'인 삼성전자가 '뒷짐'만 지고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최근 인도 국빈 방문 중에 이재용 부회장에게 "한국에서도 더 많이 투자하고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대통령이 대기업 총수에게 일자리와 투자를 언급하면서 각별한 부탁을 했는데 대기업 오너가 이를 무시할 수는 없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아직 확정된 투자와 고용 방안은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지만 '삼성다운' 스케일의 역대급 규모의 투자와 고용안이 발표될 것으로 기대된다.
투자와 고용에 대한 세부적인 방안과 계획은 내달 초에 이뤄질 이 부회장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면담을 계기로 발표될 가능성이 높다.
앞서 김 부총리는 지난 26일 기자들과 만나 "8월 초 삼성을 방문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 부총리는 지난해 12월부터 LG를 시작으로 4곳의 그룹사 총수와 경영인을 만나 고용과 투자를 당부했다.
내달 초 삼성그룹 이재용 부회장을 만나면 이번이 다섯번째가 된다.
지난해 12월 LG그룹을 대면한 뒤부터 올해 1월 현대차그룹에 이어 3월 SK그룹, 6월 신세계그룹을 잇따라 찾았기 때문이다.
이들 그룹은 모두 김 부총리 면담을 계기로 투자·고용 계획을 외부에 천명하면서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을 지지하는 모양세를 취했다.
재계에 따르면 김 부총리와 이 부회장은 다음달 6일께 경기도 평택에 있는 삼성 반도체 단지에서 만나는 방안이 추진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재계 전문가는 "평택 제2생산라인 건설을 위한 투자 규모는 수십조원에 달할 것"이라며 "지난해 7월 가동을 시작한 1라인의 경우 오는 2021년까지 총 30조원이 투자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이와 함께 투자와 연계한 일자리 창출 및 채용 확대 방안도 내놓을 것으로 점쳐진다.
우선 올해 하반기 정기 공채 규모를 늘리는 한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새로운 영역의 일자리 창출 등이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