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김천 기자 = "집에 악마가 살고 있어요. 제발 도와 주세요" 지난 3월 친족 간 성폭력에 목숨을 끊은 김모(18) 양이 남긴 마지막 메시지다.
지난 28일 JTBC '뉴스룸'은 친족 간 성폭력에 괴로움을 호소하다가 목숨을 끊은 김모(18) 양의 사연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김 양은 지난해 11월 한 살 위인 친오빠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며 경찰에 고소했다. 하지만 가족들의 만류로 세 차례 조사 끝에 고소를 취하해야 했다.
주변 친구들에게 고통을 털어놨지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길은 없었다.
결국 김 양은 가족들의 외면에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네 달 동안 성폭행 피해 보호시설에서 지냈다. 시설에서의 생활은 적응하기 쉽지 않았고 외로움만 커졌다.
그러던 지난 3월 김 양은 결국 목숨을 끊었다.
여성가족부 조사에 따르면 성범죄 피해자 10명 중 1명은 친족에게 피해를 당한다.
그중에서도 제대로 법적 대응에 나서는 피해자는 4%밖에 되지 않는다. 가족관계가 무너지기 때문에 사실상 침묵을 강요당하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피해자는 2차 피해를 입고 정신적인 고통을 받는다. 고소를 한다고 하더라도 무너진 가족관계 때문에 일상으로 다시 돌아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
우리 사회는 그간 미투 운동으로 사회 병폐 일부를 드러냈다. 하지만 아직도 사회 곳곳에 만연한 갖가지 성범죄와 피해자의 2차 고통에는 온전히 관심을 기울이지 못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집에 악마가 산다고 도움을 호소했던 김 양의 사례. 미투 운동 6개월을 맞이하는 우리 사회가 성범죄에 대한 각종 대응책을 적극 마련해야 할 이유인 셈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