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김지현 기자 = "영화 '카트', 웹툰 '송곳'의 주인공들이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지난 26일 홈플러스에서 들려온 기분 좋은 소식이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자회사 홈플러스스토어즈는 지난 7월 1일부로 만 12년 이상 장기 근속 무기계약직 사원 430여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이번 정규직 전환은 홈플러스가 지난 2월 노동 조합과의 임금 협약 당시 합의했던 정규직 전환 약속을 지킨 것이다.
비정규직은 노동자들의 당연한 권리를 되찾고, 홈플러스는 직원들로부터 박수를 받는 순간이었다.
이처럼 지난 1년 사이 대한민국에서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정규직 노동자로 전환됐다는 뉴스가 자주 전해졌다.
물론 문재인 정부가 주도한 '정규직 전환'인 탓에 이 소식이 지방자치단체, 교육청, 공기업들 위주로 들려왔지만, 최근 홈플러스를 비롯한 국내 여러 기업들이 동참하고 있다는 점은 의미가 크다.
간접 고용으로 인한 고용 불안과 저임금 등을 감내해야 했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당연한 권리를 되찾아주기 위한 '정규직 전환'이기 때문이다.
아직은 시작 단계인 탓에 갈 길이 먼 것도 사실이다.
그런 현실적 장벽도 분명 존재하지만 한국 사회의 밝은 미래를 그려줄 정규직 전환을 실천한 국내 기업들을 알아보도록 하자.
1. 홈플러스
홈플러스스토어즈 노사는 지난 2월 만 12년 이상 장기 근속(2005년 12월 31일 이전 입사자) 무기계약직 직원 중 희망자를 상대로 올해 7월부터 정규직 전환을 실시한다는 내용이 담긴 '2018년 임금 협약 및 부속 합의'에 최종 합의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홈플러스스토어즈는 만 12년 이상 근속 무기계약직 직원 500여명 중 희망자 430여명을 지난 1일자로 정규직 직급인 '선임'으로 발탁했다. 정규직 전환 비율은 전체 대상자 중 80%에 달한다.
홈플러스는 이들이 정규직 업무를 원활히 수행할 수 있도록 OJT(On the Job Training·현장직무교육)를 실시했고, 근로자들은 인사 발탁이 7월 1일자로 발령돼 7월분 급여부터 정규직 처우에 맞는 월급을 수령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홈플러스스토어즈 무기계약직 직원들은 입사 당시 회사였던 까르푸가 홈에버로 인수된 뒤 2007년 대량 해고 사태를 겪었다. 이들은 510일 동안의 투쟁 끝에 복직했던 영화 '카트'와 웹툰 '송곳'의 실제 주인공들이다.
2. KTX
지난 21일 폭염에 단비와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코레일이 2006년 해고된 KTX 승무원들을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코레일(한국철도공사)과 철도 노조 등에 따르면 21일 오전 양측은 2006년 옛 한국철도유통에서 정리해고된 승무원 중 취업을 희망하는 사람에 대해 특별 채용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채용은 사무영업(역무) 분야 6급으로 이뤄지며 향후 KTX 승무 업무를 코레일이 직접 수행할 경우 전환 배치하기로 합의했다.
채용 시기는 올해부터 2019년 상반기까지 3회에 걸쳐 진행된다. 채용 인원은 인력 운영 여건을 고려해 1차 33명, 2차 80명, 3차는 나머지 인원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다만 코레일 인력수급상 불가피할 경우 내년에는 2회로 나눠 하반기까지 채용을 완료하기로 했다.
3. 농협
농협은 다음달부터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기로 했다.
농협은 지난 24일 자체 정규직 전환 심의 기구인 '범농협 일자리위원회'를 개최해 정규직 전환 인원 및 대상 직무를 심의·확정했다.
이에 앞서 농협은 지난해 5월 5천200여명의 전환 검토 대상 인원을 발표한 바 있으며 이 가운데 직무 분석과 실태 조사를 통해 3천200여명 수준에서 정규직화를 계획했다.
이번 정규직 전환은 농협 계열사별 경영 여건과 인력 수급 상황 등을 감안해 우선 2천여명 선에서 추진된다.
농협중앙회와 경제지주, 금융지주, 은행, 생명, 손해보험 등이 8월부터 채용 절차를 진행하지만, 유통자회사 통합이 진행 중인 하나로유통은 통합 진행 경과를 고려해 별도로 추진 일정을 수립하기로 했다.
4. 한국마사회
한국마사회는 올해 1월 1일 약 5천600여명의 시간제 경마직 근로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며 정년 보장, 4대 보험 가입 및 연차·주휴 수당·퇴직금 지급 등의 혜택을 제공했다.
시간제 경마직 근로자들은 대부분 주 1일 또는 주 2일 근무하는 근로자들로 경마 시행일인 금·토·일에 마권 발매, 환급, 질서 유지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한국마사회는 이들이 수행하는 업무를 기관 사업에 필요한 상시 지속적 업무에 해당된다고 판단하고 정규직 전환을 추진했다.
이처럼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해 정규직 전환을 실시한 한국마사회는 최근 고용노동부 주관 정규직 전환 대표 사례에 선정되기도 했다.
5. 근로복지공단
근로복지공단은 파견·용역 근로자 등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대한민국 노동 환경 개선에 앞장서고 있다.
지난 17일 근로복지공단은 8월 병인 등 7개 직종 241명을 정규직으로 추가 전환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공단은 지난 2월 기간제 근로자 422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고, 이달 초에도 정규직 전환 대상 중 계약 기간이 만료된 경비·시설 등 8개 직종 289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공단은 지난해 7월 정규직 전환 태스크포스(TF) 팀을 꾸려 실태를 조사하고 의견을 수렴했다.
이어 8월부터 올해 3월까지 5차례에 걸쳐 노·사와 전문가 협의체를 통해 협의를 진행했고, 모두 13개 직종 1천500여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공단은 또 직종별 동일가치 동일임금 취지에 부합하는 직무급제 도입과 고령자 친화 직종(경비·청소)의 정년 상향조정(65세), 정년 초과자 3년간 재고용 등 전환채용을 위한 세부사항을 협의했다.
한편, 지난 1년간 공공부문 비정규직 13만 2천673명이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최근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7월20일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추진 계획'을 발표한 이후 올해 상반기까지 약 1년간 공공부문 비정규직 13만 3천명을 정규직으로 전환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10월 25일 발표한 연차별 전환 계획에 따른 2018년 상반기까지의 잠정 전환 인원 13만 2천명을 소폭 웃도는 수준이다.
앞으로 문재인 정부는 기간제의 정규직 전환을 최대한 신속히 마무리하고 올 하반기부터 파견 용역의 전환에 집중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