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장영훈 기자 = 만 40세에 LG그룹 총수된 구광모 회장이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과 하현회 ㈜LG 부회장의 자리를 바꾸는 고위 임원 인사를 실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구광모 회장이 그룹 내 '위기의 해결사'라고 통하는 권영수 부회장을 LG그룹 2인자 자리로 불러들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LG와 LG유플러스는 오는 16일 각각 이사회를 개최하고 사내이사 선임 안건을 논의한다.
㈜LG는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LG유플러스는 하현회 ㈜LG 부회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다룰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지주회사 2인자와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맞바꾸는 파격 인사로 지난달 정식 취임한 구광모 회장 체제를 조기 안착시키려는 의도로 보여진다.
그렇다면 구광모 회장은 왜 자리 맞교환이라는 파격적인 인사 카드를 내밀며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을 그룹 2인자 자리에 앉혀 자신의 곁에 두기로 한 것일까.
일명 '해결사'로 불리는 권영수 부회장이 재무통이면서도 전기와 자율주행차 등 신사업을 이끌어 온 전략가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경기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권영수 부회장은 1979년 LG전자에 입사한 뒤 LG디스플레이 사장과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사장), LG유플러스 부회장 등을 역임하며 LG 주력 계열사들을 두루 거쳤다는 이력을 가지고 있다.
LG그룹 내 사정을 꿰뚫고 있는 재계 한 관계자는 "권영수 부회장의 경우 전기자동차 배터리 등 LG그룹의 신사업을 이끈 다양한 현장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신사업 육성에 대한 구광모 회장의 의지가 적극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고 분석했다.
실제 권영수 부회장은 LG전자 인수합병(M&A) 추진 태스크 상무를 엮임했을 뿐 아니라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관련 사업을 이끄는 등 신사업 육성 해결사 역할을 수행한 바 있다.
권영수 부회장은 지난 1999년 LG전자 재직 당시 네덜란드 필립스에서 16억달러 규모 투자를 유치해 LG디스플레이 전신인 LG필립스 LCD출범에 핵심적인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후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을 맡아 전기자동차와 전력저장장치(ESS) 등 중대형 배터리 부문을 1위로 끌어올리는 등 신사업 육성에 빼어난 능력을 보여줬다.
LG유플러스 대표로 취임한 뒤에는 비용 절감 등 사업구조의 효율성을 높여 취임 1년도 안된 지난해 말 연간 영업이익을 7천억원대로 끌어올리는 등 경영능력을 증명하기도 했다.
구광모 회장 입장에서 현재 LG그룹이 처한 글로벌 경영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 다방면 능력이 검증이 된 권영수 부회장의 공격적 경영전략이 필요했기 때문 아니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LG그룹 핵심 계열사인 LG전자는 생활가전과 TV 사업 이외에 뚜렷한 수익 모델이 없다는 점이 가장 큰 고민거리다.
올해 상반기 사상 첫 매출 30조 돌파하는 쾌거를 이뤄냈지만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MC사업본부 경우 13분기째 적자에 허덕이고 있고 자동차 전장사업 역시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인 상황이다.
또한 LG디스플레이 경우 중국과 액정표시장치(LCD) 경쟁에서 고전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LG그룹의 '미래 먹거리' 발굴과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 구광모 회장 입장에서는 고민이 이만저만 아니다.
신사업을 이끌 적임자가 필요한 상황에서 구광모 회장이 이를 대처할 '해결사'로 권영수 부회장을 낙점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재계 반응이다.
이외에도 부친인 故 구본무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았다는 점 역시 구광모 화장 결정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는 분석도 흘러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권영수 부회장은 오너 앞에서도 기죽지 않고 자신의 소신을 밝히는 것으로 유명하다"며 "부친인 故 구본무 회장 역시 권영수 부회장을 아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권영수 부회장이 구광모 회장으로부터도 신임을 받은 만큼 LG그룹의 경영전략을 어떻게 바꿔갈지 주목된다"고 밝혔다.
권영수 부회장은 이사회와 임수 주주총회를 통해 지주회사 대표이사로 자리 이동이 확정될 경우 구광모 회장 곁을 보좌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구광모 회장의 숙부이자 故 구본무 회장의 동생 구본준 ㈜LG 부회장의 독립도 가시화될 전망이다.
LG그룹 관계자는 "그룹의 '장자 승계' 원칙과 전통을 고려하면 구본준 부회장의 계열 분리는 당연한 수순"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