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에게 버림받거나 야생에서 태어난 고양이는 사는 장소에 따라 '길고양이'와 '들고양이'로 나뉜다.
단순히 호칭으로만 구분되는 게 아니라, 관리 주체나 적용 법률이 달라 운명 자체가 바뀐다.
주택가에 사는 길고양이는 농림축산식품부에서 관리를 맡고, 동물보호법의 적용을 받는다.
반면 공원이나 산에 서식하는 들고양이는 환경부 소관으로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야생생물법)이 적용된다.
얼핏 비슷해 보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둘의 처지는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크다.
우선 길고양이는 보호 대상이다. 함부로 죽이거나 죽음에 이르게 하는 학대를 가하면 1년 이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그러나 야생 생활을 하는 들고양이는 생태계를 위협하는 유해동물 취급을 받는다. 설치류나 조류 같은 작은 동물을 잡아먹는다는 이유에서다.
환경부가 마련한 '들고양이 포획·관리지침'을 보면 들고양이를 대하는 시각이 더욱 선명해진다.
환경부는 야생동물이나 그 알·새끼·집에 피해를 주는 들고양이 포획을 허용하고 있다. 포획도구는 덫과 함께 총기사용도 가능하다. 생포 후 처리방법 역시 안락사에 무게를 싣고 있다.
이를 근거로 태백산국립공원은 최근 들고양이 퇴치계획을 내놨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포식자로 등장한 들고양이가 폭발적으로 불어나 다람쥐·토끼· 꿩 등이 사는 생태계를 교란한다는 것이 퇴치하려는 이유였는데, 동물보호단체는 발상 자체가 동물 학대라고 비판했다.
결국 공원 측은 퇴치계획을 접는 대신 들고양이 관리계획 수립을 위한 실태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야생의 들고양이 못지않게 주택가 길고양이도 골칫거리다.
쓰레기통을 마구 뒤지거나 음산한 울음을 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올해 초 경기도 포천에서 조류 인플루엔자(AI)에 감염돼 죽은 고양이처럼 질병을 옮기는 매개로도 지목된다.
그러나 길고양이는 적어도 총기에 맞을 일은 없다. 유기견처럼 보호시설을 거쳐 안락사 되는 사례가 있긴 하지만, 흔한 경우는 아니다.
대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길고양이 관리를 위해 중성화(TNR·Trap-Neuter-Return) 카드를 꺼내들고 있다. 길고양이를 붙잡아 중성화한 뒤 다시 풀어놓는 개념이다.
서울시는 올해 9천마리의 길고양이를 'TNR' 한다는 계획이다. 부산시도 5천마리 사업계획을 내놓는 등 이 사업에 참여하는 지자체가 해마다 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고양이의 운명을 임의대로 가르는 지금 같은 분류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동물보호단체 '카라'의 활동가 김현지씨는 "같은 고양이를 두고 한쪽에선 보호하고, 다른 쪽에선 도살하는 정책이 공존하고 있다"며 "들고양이도 생태계의 일원으로 받아들여 공생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영역생활을 하는 고양이는 제거하더라도 곧바로 다른 개체가 들어와 그 자리를 채우는 특성이 있다"며 "들고양이의 경우도 TNR을 통해 개체수를 관리하도록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내년부터 동물학대를 막고, 복지 안전장치를 강화한 내용의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시행한다.
이 법 시행으로 길고양이와 들고양이의 차별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개정안 시행에 맞춰 들고양이에 대한 대책도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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