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8 규모의 경주지진 때 건물에 금이 가는 등 피해가 컸던 울산 매곡초등학교가 규모 3.3 여진이 또 발생하자 전교생이 방재모자까지 쓰고 대피하는 등 침착하고 신속하게 대응했다.
31일 오후 1시 53분께 경주에서 규모 3.3의 지진이 발생, 울산에서까지 진동이 느껴졌다.
경주에서 가까운 울산시 북구 매곡초등학교에서는 곧바로 교내방송으로 전 교실에 "지금 경주에서 규모 3.3의 지진이 발생했으니 운동장으로 모두 대피하라"고 알렸다.
전교생 1천50여 명은 방송을 듣자마자 의자에 걸린 노란 지진방재 모자를 쓰고 교사의 인솔 아래 교실을 빠져나와 운동장 한가운데로 이동했다.
눈에 잘 띄는 노란색의 지진방재 모자는 머리를 보호할 수 있도록 푹신한 재질로 만들었다. 지난해 경주지진 피해 이후 이상곤 교장이 지진대응을 위해 자체적으로 긴급편성한 안전예산 800만원 상당으로 구입한 것이다.
학생들은 평소 지진방재 모자를 의자 등받이로 사용하고, 지진 발생 시에는 머리에 쓰고 책상 밑에 숨거나 교실에서 탈출한다.
매곡초 안전담당 교사는 "지난해 지진 이후 교장 선생님과 모든 선생님, 학생, 학부모가 안전에 많은 관심을 두고 대응하고 있다"며 "오늘도 지진이 났다는 사실을 알고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차분하게 훈련하듯 대피했다"고 말했다.
다행히 이날 지진 규모가 크지 않아 학교 시설 피해도 없었다.
한편, 울산은 240개 초·중·고·특수학교 585개 건물동 중 216곳(36.9%)만 내진 설계가 돼 있다.
지난해 9월 12일 경주에서 발생한 규모 5.8 지진 이후 99건의 균열, 파손 등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매곡초는 벽 일부가 어른의 손이 들어갈 만큼 갈라졌고, 천장에 설치된 내진 구조물도 휘었다.
학교 측은 붕괴를 우려해 이틀간 휴업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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