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김연진 기자 = 지난 2012년, 대한민국에는 전 국민을 경악게 만든 엽기적인 토막살인이 발생했다.
바로 '수원 토막살인 사건'. 해당 사건의 잔혹함은 5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회자될 만큼 상상을 초월했다.
우리나라에 불법체류 중이던 조선족인 오원춘(우위안춘)이 당시 28세였던 여성을 살해해 시신을 토막 낸 것이 밝혀지면서 우리 사회는 충격에 빠졌다.
게다가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경찰이 보인 늑장대응 때문에 국민들은 분노에 들끓었다.
최근 종영한 드라마 '보이스'에서 이 사건을 모티브로 한 이야기가 다뤄지면서 다시 한번 재조명된 희대의 살인. 오원춘 사건에 대해 정리해봤다.
1. 사건 발생 - 어두운 골목길
지난 2012년 4월 1일 저녁,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지동 초등학교 부근을 지나던 곽 씨는 퇴근 후 발걸음을 재촉했다.
가로등 불빛을 따라 골목길을 지나던 곽 씨는 전봇대 뒤에 숨어있던 오원춘에게 제압당했다.
비명조차 지를 틈 없이 갑작스럽게 공격당한 피해자는 오원춘의 집으로 끌려갔다.
2. 토막 살인 - 358
오원춘은 그녀를 집으로 데려가 두 차례나 성폭행을 시도했지만 곽 씨가 완강하게 저항해 실패했다.
이후 둔기로 곽 씨를 기절시킨 후 목을 졸라 살해했고, 피해자의 시신을 화장실로 옮겨 무려 358점으로 토막 냈다고 알려졌다.
오원춘은 토막 낸 피해자의 시신을 14개의 비닐봉지에 나눠 담아놓았다.
3. 경찰의 늑장대응 - "자세한 위치를 말해라"
사건 당시 사람들은 전무후무한 토막살인 사건에 충격을 금치 못했고, 경찰의 늑장대응으로 인해 곽 씨가 살해됐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대한민국은 분노에 들끓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곽 씨는 납치된 후 오원춘의 집에 감금돼 있을 때 기회를 엿봐 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경찰은 위급한 상황에 처한 피해자에게 "범인이 누구냐", "자세한 위치를 말해라" 등 질문을 이어가며 시간을 지체했다.
또한 신고 지역 주변에 긴급 출동한 경찰은 주택가를 수색하며 인기척이 있는지 없는지만 확인하는 등 소극적으로 수사한 것이 드러나 비난이 빗발쳤다.
4. 녹취록 - 피해자의 마지막 음성
당시 경찰이 신고 전화를 접수한 뒤 시간을 지체하는 바람에 곽 씨가 살해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의 통화 녹취록에는 피해자가 "살려주세요, 잘못했어요"라고 날카롭게 외치는 마지막 음성이 담겨 있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경찰의 무능과 늑장대응을 비난하자 경찰 측은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녹취록의 일부만 공개하고 나머지 부분은 은폐했다.
후에 이 사실이 밝혀지자 경찰은 지탄을 받으며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
5. 연쇄살인 가능성 - 완전 범죄를 꿈꾼 초범
오원춘이 저지른 토막살인은 시신을 무려 358점으로 토막 냈다는 점에서 그 잔인함이 상상을 초월했다.
잔혹함과 범행 수법이 매우 숙련됐다는 사실만으로 연쇄살인의 가능성이 제기됐다.
실제로 오원춘은 지난 2007년 대한민국에 입국한 뒤 경남 거제를 시작으로 부산, 대전, 용인, 제주 등을 거쳐 수도권 일대를 전전했다.
오원춘의 행적과 여성 실종 신고를 비교 분석한 결과 해당 지역에서 실종 사건은 총 151건, 오원춘과 연관 가능성이 있는 사건은 총 86건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6. 수사 종결 - 끝나지 않은 이야기
해당 사건을 집요하게 파고든 시사저널의 정락인 기자는 오원춘의 집 건물 외벽에 설치된 쓰레기 배출구에서 수상한 물체를 발견한다. 바로 뼛조각이었다.
충격적인 사건의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음에도 경찰은 뼛조각을 정밀 감식하지 않았다.
이에 정락인 기자는 '시사저널' 제1174호(2012년 4월 17일자)에 뼛조각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기사를 보도했다. 그리고 '오원춘 사건 의혹'에 대한 큰 파장을 일으켰다.
하지만 수원지검은 "국과수 감식 결과 '닭과 돼지 등 동물의 뼈'로 밝혀져 수사를 종결한다"고 발표했다.
수사는 종결됐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이 남아 있었다. 검찰이 뼛조각을 '닭과 돼지의 뼈'로 밝힌 반면, 경찰은 '닭과 개의 뼈'라고 설명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정락인 기자는 "돼지와 개가 포유동물인 것은 맞지만 뼈의 크기와 구조 등은 엄연히 다르다"며 "검찰과 경찰의 말이 다른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며 오원춘 사건의 수사 종결에 대해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김연진 기자 jin@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