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박송이 기자 = 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다.
2002년 국내 개봉 당시 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인기를 끌었고 그 다음 해에는 애니메이션 최초로 아카데미에서 상을 받으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또한 작년에는 BBC가 선정한 '21세기 가장 위대한 영화 100'에서 4위를 차지했다.
원령공주, 토토로 등으로 우리나라에서 저변을 늘려가던 미하자키 하야오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비로소 '믿고보는 감독'으로 통하기 시작했다.
귀엽고 캐릭터와 흥미진진한 스토리 이면에 환경파괴와 자본주의를 꼬집는 감독의 깊은 메세지가 담겨있어 팬들은 이영화를 수작 중에 수작으로 꼽는다.
알고보면 더 재미있는 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속 숨겨진 비밀을 공개한다.
애니메이션이니까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던 장면도 하나하나 새롭게 다가올 것이다.
1. 일본의 성매매 문화를 비판했다?
영화 전문 매체 '프리미어' 일본판 2001년 9월호에는 미야자키 하야오 대한 인터뷰가 실렸다.
여기서 미야자키 감독은 왜 이런이야기를 만들게 됐냐는 질문에 "지금 세계를 상대로 그리려면 풍속 산업(성매매)이라고 생각한다. 일본은 모두 풍속 산업 같은 사회가 되어있다"라고 운을 띄웠다.
그는 "해석은 각자가 알아서 하시라"는 취지의 말을 덧붙였는데 위의 언급과 연관지어 해석한다면 아래와 같은 분석이 나올 수 있다.
일본에서는 온천에서 성매매가 행해지는 일이 많았다. 일본 에도시대 때 매춘부를 온뇨나 유조(湯女)라고 불렀고 그런 온천장을 관리하는 여주인을 '유바바(목욕탕 할멈)'라고 부르기도 했다. 영화 속 온천장의 이름 역시 '유바바'다.
영화 안에서도 손님으로 등장하는 신들은 모두 남성으로 표현되며, 손님을 맞는 직원들은 모두 여성이다.
부모가 식탐에 빠져 딸인 치히로가 대신 온천에서 일하게 되는 장면은 '부모가 딸을 팔아버린다'는 설정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풍속에서 초경 이전의 소녀는 견습으로 허드렛일을 하는데 치히로는 그 단계이다.
또한 '치히로'가 '센'으로 이름을 바꾸는 것도 성매매 여성이 가명을 쓰고 활동을 하는 것과 맥락을 같이 한다.
하지만 영화란 감독이 가지고 있는 여러가지 세계관과 의중을 다양한 영화적 장치로 표현한 것이다.
따라서 앞에서도 말했듯 해석은 다양하게 나올 수 있으며 '성매매'에 대한 이 해석은 그 중에 하나일 뿐임을 일러둔다.
2. 픽사에 대한 존경심
치히로 일행은 유바바의 언니 제니바를 만나기 위해 기차를 타고 긴 여행을 떠났다.
도착한 곳에서 이들은 깡총 거리며 뛰어다니는 램프를 만나게 된다.
이 램프는 애니메이션 제작사 픽사(Pixar)의 로고인 룩소 주니어(Luxo Junior)에 대한 오마주라고 할 수 있다.
3. '가오나시'라는 이름에 숨겨진 비밀
센과 치히로에서 가장 인기있는 캐릭터인 '가오나시'.
치히로에 대한 무한 애정을 드러내며 큰 소동까지 벌인 '가오나시(顔無し)'의 뜻은 '얼굴 없다'이다.
가면을 항상 쓰고 있어 얼굴이 보이지 않지만 가면 밑에 입이 있다는 사실은 몰랐던 사람이 많았을 것이다.
4. 실사판 영화가 나올 예정이다.
지난 2001년 개봉된 이후로 16년 만에 실사판 영화를 제작되기로 결정됐다.
영화 '기생수'로 애니메이션의 실사화를 성공적으로 이끈 야마자키 다카시 감독이 디렉팅을 맡을 전망이며, 원작자인 미야자키 하야오의 조언이 크게 작용할 전망이다.
치히로 역엔 마나쨩이라 불리는 아시다 마나가, 치히로를 돕는 린 역할엔 영화 '리틀 포레스트'의 주인공이었던 하시모토 아이가 캐스팅 됐다고 한다.
5. 영화 속 배경의 실제 배경이 되는 곳이 있다.
대만의 유명관광지 '지우펀'은 구불구불한 계단과 빨간등이 다닥다닥 달려있는 대만의 야시장으로 영화 속 온천마을과 똑 닮은 모습이다.
많은 여행 사이트가 이곳을 소개할 때 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배경이 됐다고 소개할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해 여행수혜를 더 보는 지역 가운데 한 곳이다.
낮보다 밤이 더 아름다운 곳이니 방문 예정이라면 밤에 다녀가길 추천한다.
6. 미소년 하쿠의 원래 정체는 '강'이다.
치히로를 도와주는 조력자이자 첫사랑 같은 이미지로 묘사된 하쿠에 정체에 의문을 품었을 사람이 많았을 것이다.
영화 말미에 치히로가 하쿠의 원래 이름을 알려주자 유바바에게 묶여 있던 계약이 풀리면서 자유의 몸이 된다.
이 때 치히로가 어린시절 강에서 놀며 하쿠와 만났던 기억이 스쳐 지나간다.
용으로도 변했다 미소년으로 변하기도 하는 하쿠의 정체는 바로 '강'이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인간에 의해 파괴되고 있는 자연, 그 중에서도 '강'을 미소년으로 의인화시켰다.
실제로 북동아시아에서는 예로부터 흐르는 강을 모습을 본따서 강의 신으로 용이라는 존재를 생각했다.
하쿠는 강에 사는 전설의 동물이 아니라, 강의 신이자 강 '그 자체'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