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3일(토)

'성희롱 사건' 1년간 숨기고 가해자 징계도 안한 서강대

인사이트(좌) 서강대학교, (우)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사진 / gettyimagesbank


[인사이트] 황규정 기자 = 서강대 모 학부의 남학생 세 명이 술자리에서 동기·새내기 여학생을 대상으로 성희롱 발언을 일삼았다는 제보가 학생회 측에 들어왔다.


이에 학생회는 진상 조사에 나섰지만 1년이 지나도록 가해자들을 징계하지 않았으며, 심지어 피해자들에게 해당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피해자들은 자신들이 성희롱 대상이 됐다는 사실도 모른 채 가해자들과 1년 가까이 학교 생활을 함께했던 것으로 전해져 충격을 주고 있다.


13일 여성신문에 따르면 지난해 3월 서강대 남학생 3명은 후배들과의 술자리에서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성희롱 발언을 했다.


"새내기는 키워서 잡아먹어야 제맛", "XX먹고 싶다", "OO 엄청 끼부리더라" 등 입에 담기 어려운 음담패설들이 오갔다.


당시 학부 성평등 주체와 해당 섹션 학생회장은 해당 제보를 받고 곧바로 사건 조사에 나섰다.


가해자로 지목된 3명과 면담을 시도했으나 2명은 개인사정으로 불참했고, 나머지 1명은 잘못을 시인하고 피해자가 원할 시 사과문 작성 등 처벌을 받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학생회는 징계 등 가해자에 대한 추가 조치를 전혀 하지 않았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tvN '치즈인더트랩'


심지어 학생회는 사건 발생 1년이 지나도록 사실 관계가 명확히 파악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며 성희롱 대상이 됐던 피해 여학생들에게 해당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이 때문에 피해 여학생들은 자신이 성희롱당한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가해자들과 1년 가까이 MT도 가고 연락도 하고 지내는 등 함께 캠퍼스 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다.


올해 2월에 돼서야 해당 사실을 알게 된 피해자 중 한 명은 "지금껏 가해자들과 사적인 자리에서 술도 먹고 밥도 먹었다"며 "지금 생각해보면 소름이 끼친다"고 말했다.


또한 "1년 가까이 되는 시간 동안 가해 사실 파악조차 확인되지 않았다는 게 이해할 수 없다"며 "피해자로서 진행 상황과 관련 여러 가지를 정보를 요구했으나 학생회가 전혀 알려주지 않았다"고 호소했다.


이에 학생회 측은 "당시 사건 제보자에게 신고 의사를 물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며 추가조치를 취하지 않은 이유에 관해 설명했다.


이어 "목격자가 없으므로 명확한 사실 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건경과를 공개하는 것이 사건 당사자들에게 끼칠 영향을 우려해 미공개했다"고 해명하며 추가제보를 받는대로 즉시 사건 해결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2015년 3월 서강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작아도 만져방, 아이러브 유방' 등 성희롱 표현이 담긴 방이름을 사용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