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승리했다, 촛불이 승리했다, 우리가 주인이다"
박근혜 정권 비상퇴진행동(퇴진행동) 주최로 1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촛불 승리 20차 범국민행동의 날'에는 탄핵 인용에 기뻐하고 새로운 희망을 꿈꾸는 함성이 가득했다.
공식 행사는 오후 4시로 예정돼 있었지만, 시민들은 낮부터 광화문 광장을 빼곡 메웠다. 친구와 웃고 떠드는 대학생, 유모차를 끄는 젊은 부부, 머리가 성성한 중년까지 함께했다.
이순신 장군 동상 뒤편에는 5개월간 이어진 촛불집회 안내 포스터가 깔렸고 인근 '광화문 구치소'와 박 전 대통령의 모형 앞에는 기념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줄을 이었다.
'촛불 국민이 직접 정치하는 나라, 적폐청산, 새로운 세상으로 뚜벅뚜벅 걸어요!'라는 현수막과 함께 꽃길을 만들어둔 모습도 눈에 띄었다. 꽃길 앞에서 시민들은 웃고 또 웃었다.
광장의 세종대왕상을 따라 30여 개의 축하 화환도 놓였다. 화환에는 '촛불 승리'를 축하하면서도 '참 나쁜 여자예요', '청와대는 무직자가 있는 곳이 아니다'며 꼬집는 글이 쓰였다.
오후 5시가 지나자 날씨는 다소 쌀쌀해졌지만, 광장을 채운 시민들은 촛불을 더욱 높이 들었다. '박근혜를 구속하라', '적폐를 청산하라'를 외치는 구호는 그 어느 때보다 우렁찼다.
특히 무대 앞 화면에서 '피청구인 박근혜 대통령을 파면한다'는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의 발언 영상이 나오자 시민들은 다시 한 번 박수를 치고 소리를 지르며 환호했다.
아빠의 무릎 위에 앉아 있던 한 여자아이는 "아빠, 파면이 뭐야?", "사람들이 왜 소리를 쳐?"라며 해맑게 묻기도 했다. 무대 위 사회자도, 함께한 시민들도 연신 밝은 표정이었다.
록그룹 퀸(Queen)의 '위 아 더 챔피언스'(We Are The Champions) 노래가 나오자 시민들은 '박근혜 탄핵 촛불 승리'가 적힌 빨간 손팻말을 높이 치켜들면서 큰 소리로 따라 불렀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 파면이라는 결과를 이끈 데 대해 시민들은 서로 '고맙다', '수고했다' 인사를 나눴다. 보이지 않은 곳에서 묵묵히 일한 이들에게도 감사함을 표했다.
광장에서 자원봉사를 시작했다는 방수희(20·여)씨는 무대에 올라 "힘든 수능 수험생활을 끝내고 쉬고 싶기도 했지만,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역사에 기여했음을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날로 주말 촛불집회는 마지막이지만 시민들은 '희망'을 약속했다. 촛불과 함께한 모든 날을 기억하며 우리 사회에 아직도 만연한 여러 적폐를 청산하는 데 앞장서기로 약속했다.
세월호 가족에 대한 응원도 잊지 않았다. 세월호 희생자 가족 30여명이 무대에 오르자 시민들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세월호를 인양하라', 진실을 규명하라'라며 큰소리로 외쳤다.
작년 10월부터 집회에 참여했다는 강진숙(53·여)씨는 "촛불집회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말을 한다. 그동안 국민이 고생한 만큼 새로운 세상이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염원했다.
9살 딸과 함께 마지막 촛불집회에 왔다는 박모(41)씨는 "헌법으로 대통령 탄핵을 이뤄낸 것을 보여주고 민주주의를 통해 밝은 세상을 만들 수 있음을 이야기해주고 싶다"고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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