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의 탄핵인용 결정으로 자연인 신분으로 돌아간 박근혜 전 대통령이 10일 서울 삼성동 사저로 바로 복귀하지 않고 청와대 관저에서 일단 머물기로 해 정치권에서 논란이 일었다.
박 전 대통령은 삼성동 사저로 복귀한다는 방침을 세웠으나, 이날 당장 사저로 돌아가지 않고 청와대 관저에서 하룻밤을 보내기로 했다.
한 관계자는 "삼성동 상황 때문에 오늘 이동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삼성동 사저에 들어가 살 만한 준비가 돼 있지 않아 곧바로 거처를 옮기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삼성동 사저는 1983년 지어져 배관시설 등이 낡을 대로 낡았지만 '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가 터지면서 보일러 공사 등 일부 개보수 작업조차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관계자도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박 전 대통령은 다른 뜻이 없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당장 떠나고 싶어 할 것"이라면서 "보일러가 파괴돼 난방 자체가 안 된다고 한다. 정비가 끝나는 대로 바로 출발할 것"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사저 근처에 경호팀을 배치할 건물을 아직 매입하지 못해 경호가 어렵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청와대는 민간인 신분이더라도 대통령 비서실장과 경호실장이 허락하면 관저에 머물 수 있다고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야권은 헌법재판소 탄핵 인용으로 파면된 전직 대통령이 관저에 남아있는 데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심지어 검찰 수사를 앞둔 박 전 대통령이 청와대에 남아 기록물을 훼손할 가능성까지 제기하며 견제에 나섰다.
국민의당 장진영 대변인은 논평을 내 "박 전 대통령과 비서실장이 보여 온 수사방해 행태를 볼 때 대통령기록물과 비서실 기록물을 훼손하거나 은닉할 개연성이 매우 크다"며 "박 전 대통령과 비서실 공직자들은 대통령기록물에 손대지 말고 속히 청와대를 떠나야 한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윤관석 수석대변인은 구두논평에서 "국민의 통합을 위한 역할을 해야 한다"며 "관저 체류 등의 문제들에 대해서는 박 전 대통령이 어떻게 임할지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삼성동행(行)을 위한 준비 작업이 시작된 만큼 박 전 대통령의 관저 체류는 길어지지 않을 전망이다. 이르면 12∼13일께 사저로 떠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날 오후 삼성동 사저에서는 청와대 총무비서관실 직원들이 짐을 옮기는 모습이 포착됐다.
한편, 최순실씨와 가까운 사이로 박 전 대통령 후보 시절 경호를 담당했던 이영선 경호관은 사저 경호팀에 합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행정관은 박 전 대통령의 비선진료, 차명폰 의혹 등과 관련해 불구속 기소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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