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6일(화)

성추행 간부 복직시키고 피해 여직원 '꽃뱀'으로 몰고 간 회사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인사이트] 권순걸 기자 = "저를 성추행했던 간부가 소리도 없이 복직했어요"


지난 5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성추행을 당한 피해 여직원이 오히려 꽃뱀으로 몰리고 가해자와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게 됐다는 사연이 전해졌다.


본인을 부산·경남을 대표하는 향토기업에서 근무하고 있는 25살 여직원이라 소개한 A씨는 지난해 11월 22일 회식자리에서 부서장 B씨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고백했다.


당일 부서 회식이 있었지만 할 일이 많았던 A씨는 회식에 빠지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다른 직원들이 참석한 자리에 빠질 수 없어 A씨는 회식에 참석했고 이날 글라스에 가득 담긴 소주와 온갖 폭탄주 등을 마셔 만취했다.


취한 A씨와 함께 택시에 탄 B씨는 A씨를 성추행했고 이후 만취한 A씨를 아파트 정문에 내려놓고 가버렸다.


정신을 잃고 쓰러진 A씨를 발견한 남자친구와 부모님은 경찰에 신고했고 B씨가 A씨의 집으로 찾아왔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B씨는 부모님과 경찰에게 "나 OOO의 기획실장이다"라며 "나 경찰에 아는 사람 많아 이런 일로 이미지 실추될 만한 사람이 아니다"라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다음날 정신이 든 A씨는 택시에서 B씨의 뺨을 때리며 "만지지 말라"고 소리친 것을 기억했고 이틀간 무단결근했다.


그러다 A씨는 피해자인 본인이 회사를 안 다닐 이유가 없고 본인이 잘못한 부분이 아니기에 회사에 출근해 경위서를 작성하며 B씨와 있었던 일을 밝혔다.


이에 회사에서는 B씨를 음주 회식 관련 제규정 위반 및 직원관리 소홀로 정직 2개월의 징계를 내렸으나 상황이 커지면서 B씨는 스스로 사직서를 내고 책상을 정리했다.


이후 회사에서는 A씨가 '꽃뱀'이라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B씨가 사직서를 내면서 일단락될 것처럼 보였던 성추행 사건은 두 달여 뒤인 지난달 28일 사내게시판 공고를 통해 다시 되살아났다.


B씨를 징계한다는 공고는 게시판에서 사라졌고 오히려 회사는 B씨를 서울의 한 지점장으로 발령 보냈다.


이와 같은 일에 A씨는 "지금이라도 고소장을 제출해야 하냐"며 "그 사람과 같은 건물에서 일해야 한다는 사실이 소름 돋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