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주년 3·1절을 하루 앞둔 지난달 28일.
전남 담양에서 한 맺힌 생의 마지막 나날을 이어가고 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곽예남(92) 할머니 발치에는 소녀상 모형이 놓여 있었다.
주한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을 그대로 본뜬 모형 소녀상은 조카가 거처로 마련한 40㎡(12평) 남짓 컨테이너 가건물 안에서 곽 할머니가 가장 아끼는 물건이다.
할머니는 70여 년 전 자신이나 다른 소녀들의 얼굴이 어른거리는지 하루에도 수차례 주름진 손으로 소녀상 머리를 쓰다듬고 말없이 어루만진다.
곽 할머니는 일본 강점기 중국에 위안부로 끌려갔다가 2004년 귀국했다.
2015년 12월 폐암 4기로 6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
조카 이관로(61)씨는 이듬해 초 "집에서 죽고 싶다"는 바람을 전해 듣고 요양원에서 지내던 할머니를 담양 자신의 집으로 모셔왔다.
몸이 불편한 할머니를 위해 수도시설을 갖춘 침상 등으로 거처 내부를 정성껏 단장했지만, 컨테이너 가건물을 볼 때마다 가슴 한구석에서 죄스러움이 피어났다.
세찬 겨울바람을 막고자 컨테이너에 둘러친 비닐하우스에는 그런 조카의 마음이 담겨있다.
그 사이 할머니는 조카의 돌봄과 시민의 응원, 의료봉사단의 헌신 속에서 두 번의 겨울을 넘기며 건강한 하루하루를 맞이했다.
곽 할머니에게 도움의 손길을 전하려는 각계의 손길은 끊이지 않았다. 이르면 올해 봄 할머니를 위한 새집이 완성된다.
할머니의 사연을 접한 전북 전주의 이민주 목사가 새로운 보금자리 건축 비용을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설계도까지 나온 새집은 66㎡ 규모로 토지 용도변경 등 몇 가지 행정절차를 마무리하는 대로 공사를 시작한다.
이 목사는 할머니의 발이 되어줄 장애인 이동 차량까지 제공했다.
3·1절인 이날 광주에서는 곽 할머니를 보살피자고 뜻을 모은 시민단체가 '광주나비' 출범을 알리며 정기 수요집회를 시작한다.
광주나비는 지역 사회와 함께 곽 할머니 후원금을 조성하고, 일본 정부의 진심 어린 사과를 요구하는 활동을 전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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