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치는 대로 매입해 전 세계 부동산 가격을 높인다는 원성을 듣는 중국인 투자자들이 국내에서도 부동산을 거침없이 사들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인의 부동산 매입은 지난 5년 사이에 5배나 늘었다. 작년에만 여의도 면적(290만㎡) 크기에 육박하는 부동산을 사들여 중국인 소유 부동산은 여의도 면적의 여섯 배로 불어났다. 이는 공시지가 기준으로 2조5천억 원에 달한다.
22일 KB금융경영연구소의 '외국인의 한국 부동산 투자 동향' 보고서를 보면, 2016년 기준 체류 외국인 수는 200만명을 넘었다. 이는 국내 총인구 5천100만 명 대비 약 3.9%에 달한다.
이 가운데 중국인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한국계를 포함한 중국인은 101만7천 명으로 전체 외국인의 50%, 국내 인구의 약 2%를 차지했다.
인구만 늘어나는 게 아니다. 중국인들은 토지와 건물 등 부동산 보유를 빠른 속도로 늘려가고 있다.
중국인 투자자는 지난해에만 262만㎡의 토지를 사들여 기타국가(101만㎡), 미국(97만㎡), 일본(11만㎡) 투자자를 압도했다.
외국인들이 보유한 전체 토지는 10만5천413필지(2억3천220만㎡)다. 이 가운데 중국인 소유는 2만208필지(1천690만㎡)로 전체 7% 수준에 불과하다.
그러나 증가 속도가 가파르다.
지난 2011년 370만㎡에 불과했던 중국인 투자자의 필지 면적은 작년 1천690만㎡로 5년 만에 약 5배(486%)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외국인 필지는 49% 증가하는 데 그쳤다.
외국인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미국인이 전체의 51%를 보유하고 있으나 증가율은 둔화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특히 최근 수년 사이에 땅값이 크게 뛴 제주도는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투자처다.
제주도에 따르면 작년 10월 말 기준 중국인이 소유한 제주도 토지는 977만1천856㎡로, 외국인 전체가 소유한 토지(2천268만1천472㎡)의 43.1%에 이른다.
시장은 중국인 투자자의 행보에 쏠려있다.
중국인들의 '사자'에 홍콩, 싱가포르, 캐나다 밴쿠버 등의 집값이 폭등한 영향 때문이다.
캐나다 밴쿠버는 중국인들의 부동산 투자로 집값이 폭등해 브리티시 컬럼비아주 차원에서 작년 8월부터 외국인에게 주택가격의 15%를 특별취득세로 부과하기도 했다.
지난해 중국의 해외부동산투자 규모는 전년보다 37% 증가한 350억 달러(약 42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최근 중국 주택가격이 급등하면서 해외의 저평가된 부동산 매입에 중국인들이 열을 올리고 있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선전, 상하이, 베이징의 평균 주택가격은 이미 서울의 주택가격을 추월했다.
김열매 연구원은 중국인들의 부동산 투자가 급증한 해외 사례에 비춰볼 때 가격 폭등 이후 후행적으로 규제를 도입하기보다는 외국인 투자 증가로 인한 영향을 사전에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외국인 인지세 도입 등 규제 강화에도 투기성 자금이 유입되면 시장 안정에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어 외국인 투자 유입 전 사전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연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