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6일(화)

'찢어진 다리'로 달성한 이승훈의 아시안게임 '4관왕'

인사이트연합뉴스


[인사이트] 김지현 기자 = 한국 남자 스피드 스케이팅의 간판 이승훈이 부상투혼을 발휘하며 '2017 삿포로 동계 아시안게임'에서 4관왕을 달성했다.


이승훈은 23일 오후 일본 오비히로 오벌서 열린 '2017 삿포로 동계 아시안게임' 남자 스피드 스케이팅 매스 스타트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며 대회 4관왕의 위업을 달생했다.


4관왕은 매우 특별한 기록이다.


먼저 한국 선수가 동계 아시안게임에서 4관왕에 오른 것은 이승훈이 처음이며, 또 이승훈은 이번 대회에서 획득한 4개의 금메달을 합쳐 아시안게임(동·하계) 최다 금메달 보유자(한국 기준)에 등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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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이승훈이 부상을 딛고 4관왕의 대기록을 세웠다는 점이다. 사실 이번 대회가 열리기 전 그의 다리 상태는 말이 아니었다.


이승훈은 지난 10일 강릉에서 열린 세계선수권 대회 팀 추월 경기 중 넘어져 본인의 스케이트 날에 오른쪽 정강이를 베이는 부상을 입었다.


부상 정도는 심각했고, 결국 8바늘을 꿰매야 했다. 주변에서도 "무리를 하면 부상이 심해질 수 있으니 평창 올림픽을 위해서라도 휴식을 취해야 한다"며 이승훈의 아시안게임 출전을 만류했다.


하지만 이승훈은 다친 뒤 이틀이 지난 12일, 휠체어에서 내려와 다시 스케이트를 신었다. '후배들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다'는 게 그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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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를 치르는 데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이승훈은 대한빙상경기연맹에 "아시안게임에 뛰겠다"라고 통보했고, 대회에 출전해 4관왕의 위업을 달성했다.


대표팀 관계자는 "이승훈은 아픈 기색을 비치지 않았다. 괜찮다는 말만 반복했다"며 "자칫 대표팀 분위기가 어두워질 수 있었는데, 이승훈이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후배들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아서, 그리고 금메달을 따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어서 아픈 기색을 전혀 내지 않고 대회 출전을 감행한 이승훈.


대회 4관왕을 떠나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는 이승훈의 투혼은 한국 스포츠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