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번화가인 중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 광장에 '평화의 소녀상'을 건립하는 것을 놓고 민간단체와 행정 당국이 재차 합의점 찾기에 나섰지만 실패했다.
대구 평화의 소녀상 건립 범시민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와 중구청은 20일 소녀상 설치를 놓고 3차 협의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추진위는 "백화점 앞 광장에 소녀상을 설치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광장∼한일극장 사이 쉼터에 세울 수 있도록 해달라"고 대안을 제시했다. 추진위는 작년 말부터 최근까지 2차례 협의에서는 백화점 앞 광장만을 고수했다.
추진위는 이날 대안 제시와 함께 지난 보름 동안 시민 1만 명으로부터 받은 서명도 전달했다.
이에 대해 중구는 "도로법상 소녀상이 도로점용 대상에 들지 않아 광장뿐만 아니라 대안으로 제시한 곳도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중구는 앞선 1, 2차 협의회에서 대안으로 제시했던 동성로 인근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중앙도서관 구간, 3·1 운동길 주변 쌈지공원 등 2곳에 세우는 건립하는 안을 재차 제시했다.
하지만 추진위는 중구청이 대안으로 제시한 2곳에 소녀상을 세우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추진위 측은 "유동인구가 많고 과거 일제에 저항한 현장인 동성로에 소녀상을 세우고 싶다는 뜻은 변함없다"고 밝혔다.
추진위는 "광장을 이용하는 것이 여러 가지 사정으로 어렵다고 해 대안을 제시했다"라며 "중구에 소녀상을 기부할 의사도 있다고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추진위는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3·1절에 소녀상 설치를 강행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중구뿐만 아니라 동성로 상인들 반대도 만만치 않아 향후 물리적 충돌을 빚을 가능성이 커졌다.
동성로 상인들은 최근 상권 위축 등 문제를 거론하며 소녀상 설치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지난 19일 정인수 동성로상점가 상인회장 등은 자유한국당 의원들과 한 간담회 자리에서 "동성로에 소녀상이 들어올 경우 중장비를 동원해 막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추진위 측은 "동성로에 소녀상을 세우면 중국 등에서 오는 관광객이 더 늘어날 수도 있다"며 "상인들 반대 근거는 미약하다"고 주장했다.
중구 관계자는 "법을 어기면서까지 동성로에 소녀상을 세울 수 없다"며 "이곳에 소녀상이 들어서면 많은 민원이 발생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추진위가 독단으로 설치에 나서면 절차에 따라 철거할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추진위는 작년 1∼12월 소녀상 건립을 위한 모금에 나섰다. 이 모금에는 시민 2천여 명이 참가해 7천200만원을 기부했다.
추진위가 제작한 소녀상은 받침대를 포함해 가로 2m, 세로 1.6m, 높이 1.23m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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