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다섯 명 가운데 한 명이 반려동물과 가족처럼 생활하는 '반려동물 사육 인구 1천만 명 시대'가 열렸다.
이에 따라 반려동물 관련 용품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정부도 이달 중 전담 조직을 꾸려 보다 체계적 관리와 산업 육성에 나선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반려동물을 키우다 늙거나 병들면 버리는 경우가 있어 시민들의 분노를 사기도 한다.
◇ 반려동물 사육 인구 1천만 명…2020년 관련시장 6조 육박
한국 사회의 저출산, 고령화 현상과 맞물려 1~2인 가구가 늘면서, 서로 의지하는 '벗' 또는 '자식'처럼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도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19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반려동물 보유 가구 비율은 2015년 21.8%로, 3년 전인 2012년(17.9%)보다 3.9%포인트 높아졌다. 반려동물 사육 인구는 457만 가구, 약 1천만 명으로 추정된다.
다섯 집 가운데 한 집, 네 명 가운데 한 명은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다는 얘기다.
관련 시장 규모도 2012년 9천억 원에서 불과 3년만인 2015년 두 배인 1조8천억 원으로 뛰었다. 2020년에는 현재의 세 배가 넘는 무려 5조8천억 원(농협경제연구소 추정)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반려동물 사육이 일부의 '취미'가 아닌 현대 한국 사회의 중요한 문화의 하나로 자리 잡자 정부도 '사람과 동물의 조화로운 공존'을 목표로 정책적 뒷받침을 준비하고 있다.
당장 농식품부는 오는 28일께 축산정책국 방역관리과 아래 반려동물 관련 전담 조직인 '동물복지팀(가칭)'을 신설한다. 이전까지 2명이었던 동물 복지 담당 인원 수도 5명으로 늘렸다.
중앙정부뿐 아니라 각 지방자치단체도 동물 복지 전담 조직을 속속 새로 꾸리는 분위기다.
◇ 불황에도 반려동물 상품 매출은 20~60% '쑥쑥'
'반려동물 전성시대'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고 주목하는 것은 역시 유통업계다.
경기 불황 속에도 뚜렷하게 성장하는 반려동물 용품 시장이 몇 개 남지 않은 '비빌 언덕'이기 때문이다.
다양한 반려동물 전문 매장을 운영하는 롯데백화점의 경우 지난해 반려동물 관련 매출이 2015년보다 22.5%나 늘었다. 증가율이 전체 매출 성장률(1.8%)의 거의 20배에 이를 만큼 '호황'이다.
온라인 쇼핑 시장에서도 반려동물 수요는 크게 늘고 있다.
'11번가'에서 작년 반려동물 용품 매출은 2015년보다 무려 40%나 늘었다. 성장률이 2015년 20%에서 1년 사이 다시 두 배로 뛴 것이다. 올해 들어서도 이달 16일까지 애견용품, 고양이 용품은 1년 전보다 각각 23%, 30% 증가했다.
지난해 티몬의 반려동물 상품군 매출도 2015년보다 55%나 많았다. 특히 고양이 용품 매출 증가율(78%)이 강아지 용품(40%)의 거의 두 배로, 최근 무서운 애묘인 증가 추세를 짐작할 수 있었다.
유통업체들은 이처럼 급증하는 반려동물 상품 수요를 반영, 전문매장이나 전문 온라인사이트를 속속 선보이고 있다.
2010년 12월 이마트 트레이더스 구성점에 처음 반려동물 전문매장 '몰리스펫 샵'을 개장한 이마트는 6년여 만에 매장 수를 33개까지 늘렸다.
롯데마트 역시 반려동물 특화매장 '펫 가든'을 전국 23개 점포에서 운영 중이고, 현대백화점도 반려동물 전문점 '루이 독'을 서울 무역센터점, 압구정 본점, 판교점에 두고 있다.
온라인업체 중에서는 인터파크가 지난해 10월 12일 반려동물 전문 온라인(모바일 포함) 쇼핑몰 '인터파크 펫'의 문을 열었다. 개장 3개월여 만에 해당 앱 다운로드 수가 13만 건에 이를 만큼 인기를 얻고 있다는 게 인터파크의 설명이다.
티몬도 작년 12월 반려동물 용품을 직접 매입해 판매하는 '스위티펫 샵'을 열고 9천800원 이상 반려동물 용품을 사면 무료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티몬은 현재 1천500개 정도인 스위티펫 샵 품목 수를 2천500개로, 현재 네 가지인 반려동물 자체브랜드(PB) 수도 열 가지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11번가도 작년 3월 강아지·고양이 사료를 직접 매입해 판매한 뒤 10개월여 만에 직매입 반려동물 품목 수를 500개까지 확대했다.
임석훈 티몬 생활팀장은 "개성과 생활습관에 따라 소비자가 찾는 반려동물의 종류도 갈수록 다양해지는 추세"라며 "강아지, 고양이뿐 아니라 관상어, 곤충 등 이색 반려동물 수요도 충족할 수 있도록 직매입 품목 등을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 학대·유기도 급증…반려동물 전성시대의 '그늘'
하지만 반려동물 사육 인구 규모와 비례해 관련 사회 문제도 갈수록 늘고 있다.
우선 동물 학대 행위가 자주 언론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주요 화제로 오르내리고 있다.
지난 2012년에는 자신의 비글종 개를 에쿠스 트렁크에 매단 채 질주한 '악마의 에쿠스' 사건이 있었고, 2015년에는 길고양이 600마리를 잡아 나비탕 재료로 건강원에 판 업자가 적발되기도 했다.
지난해 7월에는 자신의 맹견이 새끼 길고양이를 참혹하게 물어뜯는 장면이 담긴 인터넷 방송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동물 학대 혐의로 고발되는 사례는 2013년 160건에서 2015년 287건까지 급증했지만, '고의성' 입증이 쉽지 않아 실제로 기소되는 경우는 고발 사례의 절반에도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아울러 현행 동물보호법상 동물 학대행위에 대한 처벌 수위(1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 벌금)도 낮아 법적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재미삼아 반려동물을 집에 들였다가 무책임하게 버리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해마다 8만 마리 이상의 반려동물이 고의로 버려지거나(유기), 길을 잃고(유실) 있다.
이에 따라 2015년 유실·유기동물 처리비용은 128억9천만 원으로 1년 전보다 23.5%나 늘었다.
정부는 동물보호관리시스템(APMS) 데이터베이스 등을 보완하고, 반려동물 사육 가구를 포함한 국민을 대상으로 반려동물 기본상식·관련 법령·훈련방법 등에 대한 홍보를 강화하고, 교육 프로그램 운영과 가이드북(지침서) 제작·배포 등에도 본격적으로 나설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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