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5일(월)

건설회사 잘못으로 7년간 옆집 전기요금 '1천600만원' 낸 주민

인사이트연합뉴스


아파트 건설사의 하자 공사 탓에 남의 전기요금을 1천600만원이나 대신 내줬다면 어떤 기분일까.


서울 서초구 방배동 롯데캐슬 아파트에 사는 이모(49)씨는 작년 여름까지 7년간 '옆집 전기요금'을 대신 내주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이씨는 2009년 이 아파트에 입주했다. 아파트 주변 방배동과 서초동을 잇는 터널이 건설사가 홍보했던 것보다 늦게 개통할 예정이어서 불만이 있었지만, 생활에는 큰 불편이 없었다.


문제는 전기요금이었다. 새 아파트를 찾아 방배동 안에서 이사한 것이라 생활방식은 크게 바뀌지 않았는데 이전 아파트보다 전기요금이 많이 나왔다.


처음에는 새 아파트가 더 넓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누진제에 걸려 전기요금 폭탄을 맞을까 걱정하며 에어컨 등 전기제품을 덜 쓰며 노력했는데도 요금은 줄지 않았다.


더위가 극심했던 지난해 여름, 이씨는 무더위를 참으며 전기제품 사용을 자제했다. 가족여행을 다녀오며 집을 비우기도 했지만 8월 한 달만 100만원이 넘는 전기요금이 부과됐다. 이씨는 집안의 모든 전기 사용을 멈추고 원인을 찾았다.


그 결과 상상도 못 한 곳에 이유가 있었다. 아파트를 건설할 때 내부배선을 잘못해 이씨의 집과 옆집의 전기계량기가 바뀌어 연결된 것이 줄지 않는 전기요금의 원인이었다.


203호에 사는 이씨는 204호 주민이 쓴 전기의 요금을 내고, 반대로 204호 입주민은 이씨네 집이 사용한 전기요금을 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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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와 아파트 관리사무소가 계산해보니 이씨는 2009년 10월부터 2016년 8월까지 옆집 전기요금을 내주느라 1천640여만원을 추가로 부담했다.


특히 여름철 이씨와 옆집 간 전기사용량 차이는 3배가 넘기도 했다. 전기요금이 많이 나온다고 느낀 이씨는 전기 사용을 줄이려 노력했지만, 생각보다 적은 요금을 물게 된 옆집은 전기 사용에 큰 부담이 없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씨의 요청을 받은 롯데건설은 시공 시 하자가 있었음을 인정하고 작년 9월 계량기를 바로잡는 보수공사를 했다.


하지만 과다 납부한 요금을 보상해 달라는 요청에는 더 낸 요금의 30%만 위로금으로 지급하겠다는 태도를 보였다고 이씨는 전했다. 롯데건설은 이씨가 추가로 부담한 요금의 절반을 보상하겠다고 제안한 바 있다고 밝혔다.


건설사 잘못으로 큰돈을 손해 봤는데 일부만 물어주겠다고 한 것이다.


현행 공동주택관리법은 아파트 내력 구조부에 '중대한 하자'가 있을 때만 건설사에 손해배상책임을 지운다. 통상 전기배선 등과 관련된 하자는 중대한 하자로 분류되지 않는다.


경미한 하자가 있어도 건설사에 손해배상책임을 부과하는 법 개정안이 작년 12월 발의됐지만, 아직 소관 상임위인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문턱도 넘지 못했다.


연합뉴스 취재가 시작되자 롯데건설은 뒤늦게 이씨에게 연락해 더 낸 전기요금 전액을 보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피해를 보신 분께 마음 깊이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전액 보상 등 최대한 피해자의 입장에 귀 기울인 보상을 협의 중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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