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6일(화)

동물학대 처벌, '한국 벌금 50만원' vs '스위스 벌금 11억'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좌) Flying Fur Animal Rescue, (우) 온라인 커뮤니티


[인사이트] 황규정 기자 = '주인은 금붕어 생체리듬을 고려해 조명을 조절해야 하며 사방이 투명하지 않은 어항에서 금붕어를 길러야 한다'


다소 황당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자세하게 나열된 이 조항은 반려동물 보호에 대한 기준이 엄격하기로 소문난 스위스의 동물보호법 중 하나다.


이뿐 아니라 스위스는 반려동물을 처음 기를 경우 이론 교육도 필수로 받아야 하며, 동물보호법 위반 시 3년 이하의 징역, 2만 스위스프랑(한화 약 2,300만원)의 벌금이 부가된다.


특히 벌금은 재산에 따라 차등 설정되기 때문에 최대 100만 스위스프랑(한화 약 11억 4,500만원)까지 부과 받을 수 있다.


인사이트지난해 9월 SNS에 유포된 강아지 학대 사건 / 연합뉴스


반면 우리나라는 동물을 학대할 경우 최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는다. 


이마저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대부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2014년 3월 고양이의 머리를 짓밟고 목에 줄을 걸어 배관에 묶어뒀다가 붙잡힌 경비원 손 모씨는 겨우 벌금 50만원 처벌에 그쳤다. 


2015년 7월 이웃집 개 10마리가 시끄럽게 짖는다는 이유로 제초제를 뿌린 정 모씨 역시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았다.


지난 10년 동안 동물 학대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경우는 단 2건에 불과하다.


인사이트세명대 후문에 살다 청년들이 던진 돌에 맞아 죽은 고양이 '루루' / Instagram 'nabine'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법체계가 동물을 '생명체'가 아닌 '물건'으로 분류하고 있어 처벌이 약하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반려동물을 헤치더라도 생명을 경시한 행위가 아닌 '재물손괴죄'가 적용된다는 것이다.


게다가 동물에게 피해를 입힐 경우 형벌 기준이 '동물의 가액'에 있기 때문에 형량이 더욱 낮아질 수밖에 없다.


최근 국내에서도 잔인한 방식의 동물학대 사건이 잇따르자 가해자들의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연합뉴스


이에 지난해 9월 동물 학대 처벌 강화를 포함한 동물보호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됐으며, 이를 지지하는 시민들의 서명 운동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해당 개정안을 공동발의한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동물보호법 개정안은 생명에 대한 존중이 인간의 본성이기 때문"이라며 "동물학대에 대한 단속과 처벌은 사람에 대한 범죄도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인간의 만행으로 고통받고 있는 동물들을 위해 반년 째 표류하고 있는 동물보호법 개정안이 하루빨리 국회에서 통과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