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9월 20일(금)

설 연휴에 근무서다 뇌출혈로 숨진 기관사의 '가방'

인사이트서울도시철도노조


[인사이트] 김지현 기자 = 설 연휴 근무 때문에 홀로 사무실에서 잠을 자다 급성 뇌출혈로 쓰러진 철도 기관사가 끝내 숨졌다.


그가 항상 들고 다니던 검은색 가방에서는 컵라면과 귤 대여섯 개, 생수병 하나가 나와 주위를 안타깝게 만들었다.


2일 서울도시철도공사 등에 따르면 서울 7호선 기관사 A씨(47)는 설날인 지난달 28일 오후 2시쯤 어린이대공원역 승무사업소 노동조합 사무실에서 의식을 잃은 채 밝견됐다.


설 연휴 첫날인 27일 오전 10시 9분부터 오후 7시까지 주간 근무를 했던 A씨는 이날 오후 8시 9분부터 29일 오전 6시까지 야간 근무를 할 예정이었다.


도시철도 관계자는 "집이 대전이었던 A씨는 집에 다녀오는 대신 노조 사무실에서 취침과 휴식을 하려 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A씨는 의식이 없는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지난 1일 세상을 떠났다. 그의 유품인 검은색 가방에서는 컵라면, 귤, 생수, 치약 등이 발견됐다.


인사이트연합뉴스


도시철도 노조 관계자는 "(기관사들은) 불규칙한 근무로 인해 제때 끼니를 챙기기 어렵다. 허기지면 집중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컵라면 등 간식거리를 챙겨 다닌다"고 설명했다.


노조 측은 홀로 열차에 탑승하는 '1인 승무제'와 주야 근무를 번갈아 하는 열악한 근무환경이 A씨 사망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1~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는 '2인 승무제'를 실시하고 있다.


서울도시철도에서는 2003년 이후 기관사 9명이 공황장애와 우울증 등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바 있다.


이에 도시철도는 서울시와 노조 등으로 이뤄진 특별위원회를 구성했고, 기관사 전직 제도 등을 마련해 기관사 근무환경 개선 작업을 순차적으로 추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