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서민우 기자 = 사촌 동생들은 1년에 두 번 있는 명절에 당신의 방을 초토화한다.
산부인과에서 처음 만난 그들은 아기 천사 같았지만, 시간이 지나 10살 정도가 되자 지옥을 갓 탈출한 '꼬마 악마'가 됐다.
그들은 "형아 나 이거 줘", "형아 나 이거 해볼래"라고 허락 아닌 통보를 날리며 우리의 소중한 스마트폰과 노트북을 호시탐탐 노린다.
혹여 당신이 "안돼"라는 단호한 입장을 표할 경우 그들은 눈물을 흘리며 엄마, 이모, 삼촌, 할머니, 할아버지를 찾아 결국 원하는 바를 손에 넣고야 만다.
이번 명절에 그들의 약탈로부터 소중한 무언가를 지키길 바라며 '사촌몬'들의 만행 5가지를 모아봤다.
1. "형아 나 이 인형 가지고 놀아도 돼?", 피규어 훼손하는 사촌몬
'혼모노(진성 오타쿠, 특정 분야의 마니아)'들에게 명절은 1년 중 가장 위험한 기간이다.
일본 옥션을 3일 밤낮 뒤져 해외 직구에 성공한 '러브라이브' 코토리 한정판 피규어는 사촌몬들에겐 파괴 대상에 지나지 않는다.
"조또 마떼 구다사이!"라고 뒤늦은 비명을 질러보지만 이미 '코토리쨩'의 왼쪽 다리와 오른쪽 팔은 부러진 후다.
이번 명절에는 값비싼 피규어는 미리 숨기고 싸구려 인형을 제물로 바쳐 그들의 시선을 돌리자.
2. 플레이스테이션4를 가져가겠다는 사촌몬
점심으로 밥버거만 먹어가며 6개월 동안 돈을 모아 간신히 구매한 플레이스테이션4.
애지중지 방에서 몰래 게임 하는 당신을 발견한 사촌몬이 플스4를 자기 집에 가져가겠다며 생떼를 쓴다.
울음을 터트린 사촌몬도 얄밉지만 사촌몬의 엄마인 고모는 한술 더 떠 "넌 공부해야지. 이제 어른이니 이 게임기 주자?"라며 여론 형성을 시도한다.
이럴 땐 흥분을 가라앉히고 식탁 위 고모의 자동차 키를 집어 든 뒤 차분하게 맞받아치자.
"그럼 고모가 저보다 어른이니 고모 자동차 제 이름으로 명의이전 해주세요"
3. 사촌몬이 사용한 컴퓨터는 '엑티브X'만 남는다
사촌몬들의 산만함을 통제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컴퓨터를 내어 주는 것이다.
하지만 1시간 단위로 게임을 바꿔가며 설치와 삭제를 반복한 사촌몬 덕에 컴퓨터는 점차 제 기능을 잃어간다.
그들이 지옥으로 돌아간 후 컴퓨터를 살펴보면 'G마켓·옥션·11번가 팝업' 연속 콤보에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진다.
4. 스마트폰 구경만 한다더니 종일 '폰게임'하는 사촌몬
최근 많은 학부모는 교육을 위해 자녀에게 스마트폰을 사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사촌몬들은 명절에만 만날 수 있는 만만한 당신들의 스마트폰을 노린다.
잠깐이면 질려서 돌려주겠지 생각해 사촌몬에게 흔쾌히 스마트 폰을 건넸다.
불안하다. 썸 타고 있는 후배의 카톡을 23시간째 확인 못하고 있다.
5. 종일 놀아달라고 보채는 사촌몬
활동성이 높아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 '비글·슈나우저·코카스파니엘' 같은 반려견을 '3대 악마견'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의 사촌몬은 이 세 마리를 모두 합친 케르베로스 같은 사악함과 더불어 쉬지 않고 놀고 싶어 하는 괴물 같은 체력을 소유했다.
과제와 알바에 지쳐 설 연휴만이라도 늦잠을 즐기려 했지만 사촌몬들은 아침 8시부터 놀이터에 가자고 조른다.
이럴 땐 살을 내어주고 뼈를 취하는 기분이지만 조용히 노트북의 전원을 켜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