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04일(금)

시청자 울린 73년만에 저승서 재회한 '도깨비' 이산가족 부부

인사이트tvN '도깨비'


[인사이트] 장영훈 기자 = "내래, 많이 늦었다... 우리 몇 년만에 보는거네?" "73년"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던 '도깨비' 신부 김고은이 다시 환생해 공유를 만나면서 이승에서 못 이뤘던 사랑을 마침내 이루며 해피엔딩을 맞았다.


이런 가운데 73년만에 저승에서 다시 만난 남북 이산가족 부부의 모습이 그려져 보는 이들의 눈시울을 적셨다.


지난 21일 방송된 tvN '쓸쓸하고 찬란하神-도깨비'(도깨비)에서는 살아 생전 얼굴을 보지 못하고 죽어서야 다시 만난 어느 한 이산가족 부부의 안타까운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저승사자(이동욱)가 운영하는 망각차 찻집에서 할머니는 머리를 단정하게 빗으며 누군가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


인사이트tvN '도깨비'


할머니는 자신에게 망각차를 건네주는 저승사자에게 "좀 떨려서 나이 먹고 주책입니다"며 "70년 세월도 지금보다 더 이렇게 더디가지 않았을 겁니다"고 지난 세월에 대한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그때 마침 누군가 찻집 문을 열더니 조심스럽게 발을 내딛고 안으로 들어왔다. 73년 전 금방 다시 돌아오겠다고 약조했지만 끝내 돌아오지 못했던 북에 있는 남편이었다.


오랜 세월 애타게 그리워하며 다시 만나는 날이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던 할머니는 할아버지 얼굴을 보자마자 참아왔던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젊은 시절 모습으로 돌아간 할아버지는 "내래, 많이 늦었다... 우리 몇 년만에 보는거네?"라고 인사를 건넸고 할머니는 "73년. 혼인하고 처음 맞이한 생일이었는데.. 훈련만 마치면 온다더니.."라고 돌아오지 않은 할아버지를 원망했다.


할아버지는 "휴전선이 그어졌지 않니"라며 "고거이 나는 금방 걷칠 줄 알았는데.. 이래 오래 걸렸구나야"라고 전하지 못했던 생일 선물 머리핀을 할머니에게 내밀었다.


인사이트tvN '도깨비'


머리핀을 본 할머니는 "이제 다 늙어서야 곱지도 못합니다"고 쑥스러워했고, 할아버지는 말없이 할머니 머리에 머리핀을 꽂아주고는 "여전히 곱다"고 말하며 그동안 전하지 못했던 속마음을 전했다.


지난 세월이 야속하기만 했던 할머니는 "당신 기다리느라 무엇이 고와요"라며 "이리 오래 기다리게 할거면 금방 오겠노라 하지 말아야지"라고 분단의 아픔을 털어놔 보는 이들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저승사자는 73년 만에 만난 두 노부부를 위해 잠시 자리를 비켜줬고, 할머니는 할아버지의 손을 꼭 잡으며 "어디 묻혔습니까, 따뜻한 곳에 묻혔습니까"라고 그동안 궁금했던 것들을 물었다.


극의 흐름상 다소 뜬금없는 전개였지만 '도깨비'에 등장한 이산가족 부부의 재회 모습은 왜 이토록 시청자들의 가슴을 울렸던 것일까. 김은숙 작가는 왜 이산가족 이야기를 극에 집어넣었던 것일까.


남북이 분단된지 어느덧 올해로 72년을 맞았다. 그동안 남북은 북위 38도에 그어진 38선을 기준으로 첨예한 대립과 갈등을 반복해오면서 분단국가로 지내오고 있다.


인사이트tvN '도깨비'


통일부와 대한적십자사가 운영하는 이산가족정보통합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7월 말 기준 북측 가족과의 상봉을 신청한 전체 남측 가족 13만 874명 가운데 51.3%인 6만 7천 180명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생존자 6만 3천 694명의 평균 연령도 80.5세로 높아졌고 이산가족 생존자의 60.4%가 이미 80세 이상의 고령이어서 북측 가족을 만나지 못하고 떠나는 이산가족이 점점 늘어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하지만 남북 관계 악화로 인해 이산가족 상봉할 기회마저 당분간 없을 것으로 보여 이산가족들이 북측에 있는 가족을 만날 수 있는 방안이 매우 절실하다.


김은숙 작가가 '도깨비'에서 다소 뜬금없었지만 이산가족 부부 이야기를 집어넣은 이유는 어쩌면 살아 생전 단 한 번도 만나지 못했던 가족을 죽어서야 다시 만날 수 밖에 없는 비극적인 현실을 시청자들에게 전함으로써 이산가족의 아픔을 그려내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분단의 세월이 길어지면서 가고 싶어도 가보지 못하는, 보고 싶어도 보지 못하는 이산가족들의 아픔은 나날이 깊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