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3일(토)

3살 딸 두고 우편물 배달하다 차에 치여 숨진 집배원 아빠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연합뉴스


[인사이트] 박소윤 기자 = 설 연휴를 앞두고 눈코뜰 새 없이 일하던 집배원이 1톤 차량에 치어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일어났다.


22일 전국우정노조에 따르면 오토바이에 우편물을 싣고 강원도 화천 하남면 도로 위를 달리던 화천하남우체국 소속 A(34)씨가 뒤따르던 1톤 차량과 충돌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설 명절을 앞둔 탓에 몰려드는 우편물로 주말 없이 일하던 A씨는 지난 18일도 어김없이 오토바이에 배송할 물건을 가득 싣고 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A씨가 좌회전을 하던 중 뒤따르던 1톤 차량이 중앙선을 침범해 추월했고 오토바이와 충돌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연합뉴스


트럭에 받혀 머리를 크게 다친 A씨는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20일 새벽 아내와 갓 돌이 지난 세살배기 딸을 남겨둔 채 눈을 감았다.


이에 안전사고 예방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집배원의 과중한 업무에 대한 지적이 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산업재해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05년 이후 10년간 76명의 집배원이 사망했다. 지난해만 해도 집배원 6명이 순직했으며 2012년부터 2016년 상반기에 일어난 집배원 교통사고는 무려 6,715건에 달한다.


그나마 주 5일제였던 근무가 2년 전부터 변경되면서 주 6일을 꼬박 아침 8시부터 밤 9시까지 13시간 넘게 일해야 한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연합뉴스


설·추석 명절과 선거기간 등 특별소통기가 되면 평소의 1.3배에 달하는 우편물량에 화장실 갈 틈조차 없다.


전국 집배원 초과근로 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집배원의 연평균 노동시간은 2,888.5시간으로 일반 노동자에 비해 연 621시간이나 긴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집배노동조합은 지난 3일 "장시간 노동과 토요일 택배 배달 등 우정사업본부는 순직이 가장 많은 정부기관"이라며 "집배원 사망사고의 형태는 다양하지만 원인은 바로 인력 부족이다. 최소한 23%의 인력 증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모두가 즐거운 명절을 기다리는 이 시간, 아무도 모르게 뒤에서 발로 뛰며 중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집배원의 근로여건 개선이 절실한 때다.


박소윤 기자 soso@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