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방경찰청 소속 한 기동단 중대장인 J 경감은 의무경찰들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다.
여럿이 보는 앞에서 "X새끼들 뭐 힘들다고 XX이야", "똥오줌 못 가리냐" 등의 폭언은 기본이었다.
22일 J 경감 밑에서 근무한 전·현직 부대원 10여 명의 말을 종합하면 해당 중대 소속 의경들은 지휘관의 '갑질' 횡포에 끊임없이 시달려야 했다.
그는 부대 소유의 지휘 차량을 자신의 개인차량처럼 이용했다. 지난해 1월 부임한 뒤로 남양주에 있는 자신의 집부터 서울 동북부의 부대까지 출퇴근할 때 지휘 차량을 자주 이용했다고 한다.
때로는 새벽 5시 40분까지 집 앞에 차를 대기하게 한 다음, 자기가 일어나지 않으면 집으로 올라와 깨우게 했다. 친인척의 병문안을 갈 때도, 지인이 귀가할 때도 중대 차량을 불렀다.
오후 9시 갑자기 운전병을 불러 집으로 차를 몰게 하는가 하면, 집에 갈 때까지 말동무가 필요했던 듯 특별한 이유 없이 다른 의경을 차에 태우기도 했다.
이 탓에 부대 소속 운전병은 제대로 쉴 틈이 없었고, 자신이 있는 곳까지 제때 오지 않았다며 운전병을 때리기도 했다.
중대장의 개인 승용차나 다름없었던 지휘 차량 안에서는 대표적인 취식 강요 행위인 이른바 '악기바리'도 벌어졌다.
그는 차 안에서 떡볶이를 먹다 남기고서 이를 버릴 데가 없자 의경에게 "떡볶이 국물을 다 마셔 없애라"고 이야기했고, 의경은 실제 떡볶이 국물을 다 마셔야 했다.
중대장으로서 중대원들의 고충이나 애로사항을 챙기는데는 별로 관심이 없어보였다. 지난해 4월 부대는 혹서기에 대비하고 단합을 다지는 '모서훈련'을 했다. 물놀이 도중 한 의경이 물속 바위에 부딪혀 머리 부위 100바늘을 꿰매는 중상을 당했다.
다른 대원들과 지휘관들이 다친 대원을 응급처치하고 병원으로 옮길 때 그는 만취한 상태에서 오두막에서 자고 있었다고 한다.
간신히 잠을 깨우고서 부대로 복귀하자고 건의하자 "일찍 가면 기동단장이 무슨 일 난 줄 아시잖아"라며 "닥치고 5시까지 여기 있을 거니까 누구 하나 가기만 해봐"라고까지 했다.
승진에 욕심이 났던지 외근 중 지휘 차량 안에서 승진시험 공부해야 하니 대원에게 차에서 나가 있으라고도 했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보복이 두려워 부대 내에서 제대로 이의제기를 하지 못한 피해자들은 결국 지난해 12월 군인권센터를 찾았다.
군인권센터는 J 경감의 가혹 행위 등을 모아 20일 서울지방경찰청 청문감사담당관실에 징계의뢰서를 제출했다.
이 센터의 임태훈 소장은 "중대장의 보복, 증거인멸 시도, 피해자 회유 등이 우려되는 상황이므로 즉시 조 경감을 직위 해제하고 피해자들과 분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 소장은 "의경 인권 보호를 위해 경찰 지휘관의 갑질 사례를 상시 감시하겠다"며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이러한 폐해를 근절하는 데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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