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정희정 기자 =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청구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 영장이 기각됐다.
앞서 박영수 특검팀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잘 진행되도록 도와달라는 취지의 청탁과 함께 이 부회장 본인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회사돈 약 430억 원을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씨에게 건넨 것으로 보고 뇌물 공여 등의 혐의을 적용했다.
이에 서울중앙지법 조의연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9일 "뇌물 범죄 사실 관계에 대한 다툼의 여지가 있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영장 기각 이유를 밝혔다.
법원의 이같은 판단에 대해 일각에서는 '유전무죄'라는 고전적인 문구가 다시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그도 그럴것이 최근 법원은 2천400원을 빠트리고 입금하지 않은 전북 전주의 버스기사 이 모(53)씨에 대한 버스회사의 해고 처분이 정당하다는 항소심 판결을 내렸다.
이 씨는 2천400원을 빠트린 것은 실수였고, 횡령이 맞더라도 해고는 너무 가혹하다 항변했지만 재판부는 단체협약에 운송수입금을 착복하면 금액을 불문하고 해임한다는 조항이 있다며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미입금 금액이 너무 소소해 해고할 사안인지 동의할 수 없다는 의견이 줄을 잇고 있다.
회사에 지불해야 할 2천400원을 횡령한 버스기사에게는 회사 입장대로 해고판결을 내리고, 회사돈 약 430억 원 뇌물 공여와 97억 원을 횡령한 이재용 부회장에게는 구속 영장을 기각한 재판부.
두 사건을 평행에 놓고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재판부가 노동자에게는 엄격한 법의 잣대를 들이대고, 재벌에게는 관행처럼 이어온 '재벌 봐주기'를 하면서 한 발 물러선 모습을 보인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또한 법원은 이례적으로 새벽 4시 53분께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 기각을 발표했는데, 이또한 석연찮은 부분이 많다는 지적이다.
특검 역시 이 부회장의 구속을 확신한 터라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에 대해 "매우 유감"이라고 입장을 전하면서 법원의 결정에 흔들리지 않고 수사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치인들도 '삼성공화국'에 법원이 무릎을 꿇었다며 잇단 한탄의 목소리를 전하고 있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법원이 삼성의 벽을 넘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는데 역시 못 넘었다"며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많은 사람들이 구속됐는데, 그들의 구속 사유와 이번 이 부회장의 영장기각은 과연 형평에 맞는 것인지 봐야한다"고 꼬집었다.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힘없고 약한 사람 앞에서는 그렇게 날카롭던 대한민국 법의 칼날이 어째서 재벌 앞에서는 늘 무뎌지는가"라며 "대한민국이 진정 삼성 공화국은 아닌가 하는 자괴감에 빠진다. 법원의 판단에 구역질이 난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