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4일(일)

37년간 바다 지킨 군인 명예 깎아놓고 '훈장'으로 퉁치려는 정부

인사이트연합뉴스


[인사이트] 장영훈 기자 = 세월호 참사로 바다 한가운데 고립된 아이들을 구조하기 위해 구조선을 출동시킨 해군참모총장이 자신도 모르는 비리에 휩싸였다.


'통영함 납품비리' 혐의로 구속됐다가 대법원으로부터 무죄가 확정된 황기철 전 해군 참모총장의 이야기다. 그런 그에게 정부가 보국훈장을 수여하기로 했다.


정부는 지난 17일 서울청사에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를 열고 황기철 전 총장에게 보국훈장을 수여하는 등의 영예수여안을 처리했다.


그런데 수여 당사자는 기뻐하지 않는 모양새다. 지인에 따르면 황기철 전 총장은 사실과 달리 범죄 혐의가 씌워진 것에 대해 굉장히 상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해군의 한 예비역은 "황기철 전 총장이 한국 사회에서 사람을 만나기가 편치 않다면서 현재 중국에 머물고 있다"고 말했다.


1978년 해군 소위로 임관한 황기철 전 총장은 지난 2015년까지 37년간 오로지 대한민국 영해(領海) 수호를 위해 몸받친 군인이다.


그는 2년 전인 2014년 4월 16일 세월호가 바다에 침몰했다는 소식을 듣고 인근에 있던 통영함을 현장에 출동시키라고 명령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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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통영함은 상부의 제지로 세월호 구조 작업에 투입되지 못했고 황기철 전 총장은 그해 12월 '통영함 납품비리' 혐의로 보직 해임된 뒤 이듬해 4월 구속 기소됐다.


2009년 방위사업청 함정사업부장으로 재직할 당시 성능이 미달된 선체 고정 음파탐지기가 통영함에 납품되도록 납품업체 시험평가보고서 조작을 지시해 38억원의 피해를 준 혐의 때문이었다.


1, 2심은 황기철 전 총장에 대해 "배임 행위의 명백한 동기가 없고, 허위 문서 작성을 공모했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고, 지난해 9월 대법원 역시 무죄 확정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의 무죄 판결에 검찰은 유감의 표시가 없었다. 황기철 전 총장 집안은 송사 비용을 대느라 이미 풍비박산이 난 뒤였다.


황기철 전 총장이 교도소에서 수감할 당시 면회했다는 한 지인은 "장관급인 참모총장의 경우 독방을 쓰는 것이 일반적이다"며 "하지만 죄수들과 함께 지냈고 얼굴에는 멍이 들어 있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결국 대인기피증까지 생긴 황기철 전 총장은 자신이 군에 누를 끼칠 수도 있다며 지난해 6월 홀연 중국으로 떠났다.


37년간 바다를 지켜왔던 황기철 전 총장. 그에게 보국훈장은 과연 어떤 의미로 받아 들여질까. 한순간에 추락한 군인의 명예를 '훈장' 하나로 대신 떼우려고 하는 것 같아 아쉬울 뿐이다.


세월호 아이들 구하려다 비리 '누명'쓰고 재판받은 해군참모총장바다 한가운데 고립된 아이들이 차가운 물속에 수장되지 않도록 구조선을 출동시킨 해군참모총장이 자신도 모르는 비리에 휩싸여 재판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