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4일(일)

8년째 카스테라 만들어 이웃과 빵 나누는 '7남매'

인사이트연합뉴스


정유년 새해 15일 인천시 서구 연희동 행정복지센터에는 달콤한 카스텔라 향이 한가득 퍼졌다. 매달 한 번씩 돌아오는 '빵 굽는 일요일'이다.


어두컴컴한 센터 지하 회의실에 제빵 기계가 놓이고 밀가루며 계란 냄새가 진동하기 시작한 건 2009년부터다.


"구청에서 일곱째를 낳았다고 뜻밖의 출산축하금을 줬는데 이 돈을 잘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빵 나눔을 시작했죠"


서구에서 전문 조경회사를 운영하는 조병상(50) 씨는 20대 시절 서울 강동구 천호동 큰매형이 운영하는 제과점에서 5년 넘게 일하며 제과제빵 기술을 익힌 숨은 고수다.


7남매 중 막내딸을 출산하자 구에서 지급한 축하금 100만원이 '빵 나눔'의 단초가 됐다.


현금을 기부할 수도 있지만 7남매가 직접 빵을 만들어서 어려운 어르신들과 가정에 나누면 더 가치 있는 나눔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다.


당시 연희동 주민자치위원으로 매주 짜장면 나눔 봉사를 하던 그는 주민센터에 제빵 기계를 기부하고 공간을 마련해달라고 요청했다. 센터 측에서도 흔쾌히 지하 회의실을 무료로 쓸 수 있도록 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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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8년째 이어져 온 '사랑의 빵 만들기 봉사'에는 매번 20∼30명의 봉사자가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7남매와 자원봉사자들은 매달 한 차례 직접 만든 빵 400여 개를 소외계층과 어려운 어르신 100여 가구와 노인정 3곳에 배달한다.


노인정에는 항상 조 씨 가족이 직접 찾아가 배달하고 발걸음이 어려운 곳에는 동사무소 직원들이 나간다.


아이들은 빵을 만들고 나누는 과정에서 재미와 뿌듯함을 모두 느낄 수 있다며 봉사의 즐거움을 전했다.


셋째딸 조소희(16) 양은 "빵이 구워질 때 부푸는 게 너무 신기해서 오븐 앞에서 멍하니 보고 있던 생각이 난다"며 "처음 노인정에 가서 어르신들께 빵을 나눠드렸을 때 맛있게 드셔서 정말 감사하고 뿌듯했다"고 했다.


새해 조 씨의 목표는 빵 나눔을 체계적이고 지속 가능한 봉사 활동으로 만들 수 있도록 '희망 나눔 재단'을 꾸리는 것이다.


재단에서 가정 형편이 어려운 아동들이 끼니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돕고, 학업 여건과 의료비를 지원하는 활동을 하고 싶은 게 소망이다.


그는 18일 "그 친구들이 성장해서 또 다른 누군가에게 그 희망을 나눠줄 수 있다면 그만큼 보람되고 행복한 게 있을까 싶다"며 "우리 7남매도 빵 봉사를 통해 오히려 이웃들로부터 사랑을 전달받고 있다"고 행복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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