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김지현 기자 = "대통령 출마 권유를 많이 받았지만 인류에 봉사하는 길을 택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전임자이자 유엔 7대 사무총장인 코피 아난(재임 1997~2006)이 퇴임 후 남긴 말이다.
유엔 평직원으로 시작해 34년 후에 사무총장에 선출된 코피 아난은 재임 중 그리 높은 평가를 받진 못했다.
하지만 그는 대중적 친화력과 언론 대응력은 매우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고 2001년에는 세계 평화에 기여한 공로가 인정돼 노벨평화상을 받기까지 했다.
이렇듯 화려한 스펙을 가진 코피 아난도 퇴임 후 자신의 조국 가나에서 대통령 후보로 출마할 기회가 있었다.
사무총장 임기 마지막 해인 2007년, 대선을 앞둔 가나에서 코피 아난 추대 움직임이 일어난 것인데 그러나 그는 여론에 휩쓸리지 않았다.
코피 아난은 당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퇴임 후 일정에 대해 "아프리카 농작물 생산성 향상 캠페인을 추진할 계획이며 집필과 강의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말을 지켰다. 퇴임 직후 스위스 제네바에 '코피 아난 재단'을 세웠고, 재단 슬로건은 '더 공평한, 더 평화로운 세상을 향해'로 지었다.
코피 아난의 '아름다운 행보'는 이후에도 계속됐다. 2012년 시리아 사태 때는 유엔 특사로 파견됐으며,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의 뒤를 이어 '디 엘더스(The Elders)'의 회장을 맡고 있다.
'디 엘더스'는 노벨평화상을 받았거나 세계 평화에 기여한 공로가 있는 국제사회 원로들의 모임으로 2016년 기준 10여명이 활동하고 있다.
재단 설립 등 '세계 원로'로서 전 세계에 뜻 깊은 활동을 펼치고 있는 코피 아난.
그는 퇴임 전부터 대권에 대한 야망을 드러내며 다양한 정치 쇼를 펼치고 있는 반 전 총장과는 대조적인 행보를 통해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지키고 있다.
한편 유엔 전임 사무총장 7명 가운데 대선에 출마한 사람은 2명 있다.
하지만 두 사람이 정부직에 나선 것은 퇴임한 지 4년 이후로 만약 반 전 총장이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면 유엔 약정을 위반한 첫 사례가 된다.
1946년 1월 채택된 유엔 사무총장 지명에 관한 약정서 4-b항 항목에는 "'적어도 퇴임 직후에는(at any rate immediately on retirement)' 특정 회원국 정부의 직위를 맡아서는 안 된다"라고 사무총장의 운신을 제한하고 있다.
그 이유에 대해 약정서는 "여러 정부의 비밀 정보를 많이 갖고 있는 사무총장의 특성 때문"이라고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