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5월 11일(일)

"동문서답해라" 박근혜에게 이정희 대응법 지시한 최순실

인사이트JTBC '뉴스룸'


[인사이트] 김지현 기자 = 2012년 12월 진행된 대선 후보 TV 토론회에서 최순실이 당시 후보였던 박근혜 대통령의 구체적인 발언 내용과 전략을 정해줬다는 보도가 나왔다.


지난 13일 JTBC '뉴스룸'은 정호성 전 비서관 녹취파일 내용 중 일부를 공개하며 최순실이 박 대통령이 대선 후보였을 당시에도 뒤에서 진두 지휘한 정황이 포착됐다고 전했다.



특히 대선 후보 TV 토론회에서 경쟁 후보였던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대표의 공세에 '동문서답'으로 대응한다는 구체적인 전략과 발언까지 정해준 것으로 드러나 파장이 일고 있다.


JTBC '뉴스룸'이 공개한 녹취파일에 따르면 최순실은 대선 후보 2차 토론을 앞두고 진행된 대책회의(2012년 12월 9일)에서 정 전 비서관에게 "이정희는 국회의원 몇 년 했어요?", "그 부분 물어볼 거라고 걔가, 이정희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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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최순실은 박 대통령에게 "이정희가 완전 동문서답으로 자기 세일만 한 거잖아. 동문서답으로 대표님도 그렇게"라고 지시했다.


최순실의 지시에 박 대통령은 "동문서답으로. 그러니까 어젠다만 맞으면 하면 돼요. 거기서 한 마디만 걸치면 되거든요. '말 잘 들었다. 노동 정책에 대해서' 이렇게 하면서 그 노동 정... '노동 문제 관심 많은데' 하면서 내 노동 이야기 하면 되고요"라고 답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진행된 2차 토론에서 이정희 전 대표가 학교 비정규직 문제를 꺼내자 박 대통령은 자신의 노동 공약인 '사내하도급법'만 언급했다.


이뿐만 아니라 박 대통령은 해당 토론에서 "대선 완주 계획이 없으면서 대선 후보에게 지원되는 국고보조금 27억원을 받았다"라는 최순실의 발언을 그대로 옮긴 것으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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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JTBC '뉴스룸'


2차 토론에서 박 대통령은 최순실의 지시대로 "대선 끝까지 완주할 계획 없죠? 처음부터 끝까지 나갈 생각 없으면서 27억원 받고"라고 지적했다.



이에 이정희 전 대표는 "이것만 기억하시면 됩니다. 박근혜 후보를 떨어트리기 위한 겁니다. 저는 반드시 박 후보를 떨어트릴 것입니다"라고 웃으면서 답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도 박 대통령의 동문서답은 계속됐다.


이정희 전 대표가 전두환 정권에게 6억원을 받은 것과 관련해 박 대통령에게 비자금 아니냐며 세금은 냈냐고 질문하자 박 대통령은 "지난번에 답했다. 같은 질문을 반복한다"라며 답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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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전 대표의 공격 멈추지 않자 박 대통령은 갑자기 "코앞에 닥친 일부터 해결하고 답해야 한다"며 "대선 끝까지 완주할 계획은 없죠?"라고 뜬금없는 질문을 던졌다.


이처럼 박 대통령은 대선 후보 토론에서 최순실이 지시한 대로 움직였다.


최순실의 두서없는 말투를 그대로 따라하고 주제와는 전혀 상관없는 대화를 하는 등 당시 토론을 혼란에 빠트린 것인데, 해당 내용이 공개되자 누리꾼들은 "이제 더 이상 놀랍지도 않다. 정말 박근혜와 최순실은 정상적인 사고로는 이해할 수 없는 초월적인 존재"라는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