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서울 강남역 근처 공용화장실에서 벌어진 '묻지 마' 살인사건의 범인 김모(35)씨가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징역 30년형을 받았다.
서울고법 형사2부(이상주 부장판사)는 12일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 된 김씨의 선고 공판에서 "원심의 형이 너무 무겁거나 가벼워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났다고 인정할 수 없다"며 검찰과 김씨 양측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치료감호와 20년의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명령도 1심대로 유지됐다.
재판부는 "범행의 중대성과 불특정인을 대상으로 한 점, 그로 인한 사회적 불안감의 발생 정도, 범행의 계획성, 재범 위험성 등을 고려했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김씨 측 변호인은 항소심에서 "김씨가 범행 당시 정신질환 때문에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을 상실한 상태였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김씨가 범행 당시 피해망상 등 정신 질환으로 심신미약 상태였던 점은 인정한다"면서도 "범행 경위나 내용, 수단과 방법, 범행 후의 정황 등 제반 사정과 정신감정 결과를 모두 종합해봐도 심신상실 상태였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김씨는 지난해 5월 17일 오전 1시께 서울 강남역 10번 출구 근처에 있는 한 주점 건물의 공용화장실에서 일면식도 없던 A(당시 23·여)씨를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씨가 범행 당시 여성 피해자를 노린 사실이 알려지며 '여성 혐오' 범죄로 알려지기도 했지만, 검찰은 김씨의 정신상태 등을 감정한 끝에 여성 혐오 범죄로 보기는 어렵다고 결론지었다.
앞서 1심에서 검찰은 "김씨의 범행이 토막살인 못지않은 잔혹성을 띤다"며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법원은 "불완전한 책임능력을 보이는 김씨의 형량을 정함에 있어 부득이 심신미약 상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김씨는 1999년 처음 정신병적 증상을 보인 뒤 2009년 입원치료를 받으며 미분화형 조현병 진단을 받았고, 이후 여러 차례 입원과 퇴원을 반복했다. 지난해 1월 이후 약을 먹지 않아 평소에도 피해망상 증상을 보였고, 범행 당시에도 조현병 증상이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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