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리기 싫거든요."
서울의 한 프랜차이즈 샐러드 음식 전문점 아르바이트생 A(28·여) 씨는 부당한 임금 대우를 받고도 점주에 항의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A씨는 지난 9일 서울 회기동 한 카페에서 가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시간 꺾기'로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간 꺾기란 아르바이트생들 사이에서 흔히 쓰는 용어로 점주가 애초 합의된 시간 보다 아르바이트생의 노동 시간을 일방적으로 단축해 임금을 줄이는 것을 의미한다.
가령 점주의 지시로 아르바이트생이 일찍 퇴근했는데, 이 때문에 일하지 않은 시간 만큼 임금을 제한다는 것이다.
고용주의 근로시간 단축 지시 자체는 불법이 아니지만, 단축 시간에 대한 급여를 아예 지급하지 않는 것은 불법에 해당된다.
A씨는 "손님이 없으니 일찍 퇴근하라는 점주의 말에 따라 20~30분 일찍 퇴근한 적이 있다"며 "나중에 알고 보니 급여가 줄어 있어 당황했다"고 말했다.
A씨는 지난해 11월 오후 4시 30분부터 4시간 30분 동안 일하기로 점주와 합의하고 일을 시작했다.
그러나 점주는 매상이 시원치 않다며 '시간 꺾기'로 A씨의 퇴근 시간을 오후 9시에서 8시 30분으로 단축했고 최근 다시 8시 15분까지 줄였다.
A씨는 최저 시급 6천470원을 받는다. 주 5일 일하는 A씨의 월 급여는 60만원 초반대다.
A씨는 "누군가에는 적은 돈일 수 있지만, 나에게는 그렇지 않다"며 "그래서 시간꺾기로 나간 금액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회기동 원룸에서 혼자 사는 그는 한 달 생활비로 60만~70만 원 정도를 쓴다. 방값은 어머니로부터 지원을 받는다.
핸드폰비(7만원), 교통비(5만원), 약값(7만원) 등만으로 생활비의 4분의 1 이상이 나간다.
이 가운데 가장 포기할 수 없는 것은 약값이다. 그는 오전과 저녁으로 나눠 총 하루 10알의 우울증약을 복용하고 있다.
A씨는 "약을 먹지 않으면 잠을 잘 수 없다"며 "최근 손 떨리는 증세가 나타나 이 증세를 완화하는 약도 먹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생활비만으로 버거워 지난 3개월간 옷이나 액세서리 등 겨울 패션 아이템을 하나도 사지 않았다. 저녁 식사는 일하는 음식점에서 샐러드로 때우기 일쑤다.
최근 남자친구가 생기면서 데이트비용 부담이 늘었지만, 자신의 이러한 상황을 남자친구와 공유하기는 쉽지 않다고 그는 밝혔다.
A씨는 "지난해 이맘때 한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에서 일했는데 주휴수당을 요구했다가 해고된 적 있다"며 "다시 잘리면 내가 갈 곳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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